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그룹 PR 선봉 자처 '동분서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기민한 대응과 적극적인 투자를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자율주행 등 미래차 5대 신사업 분야 23조 원 투자하겠다."(정의선 부회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조와 갈등, 통상임금 소송 이슈에 이르기까지 최근까지도 여러 악재에 시름 하던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기민한 대응과 적극적인 투자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식 석상에 얼굴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체질개선과 변화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리더십'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3일(현지 시간)부터 26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 불참한다. 업계에서는 2014년에 이어 지난해 3년 만에 다보스를 찾았던 정 회장이 올해 2년 연속으로 참석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지만, 현대차그룹에서는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이 출장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는 이유는 다름 아닌 '바쁜 일정' 때문이다. 현대차 측은 "최근 (정 부회장의) 국내외 일정이 너무 많아 (다포스 포럼에)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외 생산 거점에서부터 글로벌 실력자들과 미팅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빈자리를 빈틈 없이 메우며 그룹의 얼굴을 자처하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대규모 투자와 고용, 그룹의 조직 개편 등 굵직한 그룹 이슈에 그의 의중이 적극적으로 반영된다는 데 있다.

정의선 부회장(오른쪽)은 지난 1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나 5대 미래 혁신성장 분야에서 23조 원을 투자, 4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7일 현대차그룹 환경기술연구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나 앞으로 5년 동안 차량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ㆍ커넥티드카)','로봇ㆍ인공지능(AI),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대 미래 혁신성장 분야에서 23조 원을 투자, 4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날 그가 '통 큰' 투자를 공언한 미래 신사업 분야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관심사이자, 정 부회장이 가장 강조해 온 생존 전략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통신(IT) 박람회 '2018 CES'에서도 모빌아이·인텔, 자율주행 '라이다 센서' 개발업체 벨로다인 라이다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자율주행 관련 부스를 일일이 살피며, 글로벌 경쟁사들의 최신 기술을 비롯해 업계 동향을 파악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전장(전기·전자 장치) 사업에 속도를 내는 삼성전자 부스를 직접 찾아 전시물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디지털 콕핏(운전석)에 올라 기술을 체험한 데 이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로부터 주목받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만나 정보를 공유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주주 권익을 확대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받아 선임하는 주주 친화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더팩트 DB

그룹 내부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18일 현대차는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받아 선임하는 주주 친화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주주 권익을 확대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책임 경영'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는 정 부회장이 강조해 온 경영철학으로 이번 주주친화제도 도입 역시 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출시한 소형 SUV '코나'에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엔트리급 세단 'G70'에 이르기까지 '최초'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의미 있는 자리마다 정 부회장이 늘 중심에 있었다"며 "최근 정 부회장이 대내외 주요 행사 등에서 사실상 그룹의 대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정 부회장이 보여주는 '리더십'이다"며 "상용화가 임박한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현대차의 미래 신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끌어간다면,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은 자연스럽게 검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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