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가 경쟁사의 연이은 담뱃값 인상에도 '요지부동'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이 추진됐던 출시 당시부터 확정된 이후에도 "본사와 협의중이다"라며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선발주자' 아이코스에 밀리고, '후발주자' 릴에 치이며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글로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반등할 수 있을까.
'아이코스'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문을 연 한국필립모리스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가격 인상을 선언했고, 지난해 11월 '릴'을 앞세워 가장 늦게 시장에 진출한 KT&G 역시 지난 15일에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현재 아이코스 전용 담배인 '히츠'와 릴 전용 연초 '핏' 모두 기존 4300원에서 200원 인상된 4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이 기존 1739원에서 약 2986원까지 오르면서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세금 인상분(1247원)의 약 16% 수준(200원)만 인상에 반영했고, 일반담배(4500원)와 같은 가격에 판매돼 소비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게 한국필립모리스와 KT&G의 공통된 이야기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3개 업체 가운데 2곳이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지난해 8월 '글로'를 출시한 BAT코리아는 여전히 기존 가격(4300원)을 유지하고 있다.
BAT코리아 측은 글로를 출시했을 때부터 경쟁 업체의 가격 인상이 현실화된 현재까지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금 인상은 분명한 가격 인상 요인이다. 담뱃값 인상 여부는 본사와 협의중이다. 현재로선 지금 당장 가격이 '오른다', '오르지 않는다'고 확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며 "현재로선 가격 동결과 인상 가능성 모두 50%인 상황이다"고 말하고 있다.
글로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성공'이라고 평가하기엔 섣부른 시점에서 가격 인상은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사실, 경쟁사에서 적용한 인상폭(200원)은 소비자들이 느끼기엔 큰 부담이 없지만, 연초 판매가 주요 수익 사업인 업체로선 인상 여부가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비교적으로 존재감이 덜한 BAT 코리아가 글로 전용 연초(네오스틱) 가격을 유지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글로 흡연자들 역시 "연초 가격을 동결한다면 앞으로도 기기를 교체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BAT코리아가 현재 네오스틱 가격을 유지한다면 최소한 고객 이탈은 최소화할 수 있고, 향후 고객 유치에도 장점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글로 전영 용초인 네오스틱은 업계 최저가(4300원)에다 최다 종류(6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추가 출시돼 전용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볼 수 있었던 '루비 프레쉬', '퍼플 프레쉬', '스무스 프레쉬'는 29일부터 전국 5만여개 소매점(편의점)에서도 판매될 계획이다. 매튜 쥬에리 BAT 코리아 사장은 "고객들의 구매 편의성을 더하기 위해 전국으로 출시지역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앞으로 고객들이 더욱 손쉽게 글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BAT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새롭게 출시된 '퍼플 프레쉬'는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전용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프레쉬 믹스'에 이어 네오스틱 판매 2위에 올라있다. 유통망이 확대된다면 BAT코리아 매출은 물론 글로 잠재 고객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수익 사업으로 꼽히는 연초 시장. BAT코리아는 전용 연초 최다 라인업에 담뱃값 업계 최저가를 유지한다면 정유년보다 나은 무술년이 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