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석요청 불응' 김준기 前 DB 회장, 여권반납 처분 취소 소송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사진)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정부를 상대로 여권반납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DB그룹 제공

이달 말까지 귀국 안하면 美 불법체류자 신세

[더팩트│안옥희 기자]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뒤 미국에 머물며 경찰의 출석요청에 세 차례나 불응한 김준기(74)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의 여권 효력이 지난달 상실된 가운데 김 전 회장이 정부를 상대로 여권반납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여권 발급 제한과 반납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지난 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경아 부장판사) 심리로 첫 변론기일이 열렸고 내달 8일 두 번째 기일이 열린다. 김 전 회장은 본안 소송과 함께 외교부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지만,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됐다.

앞서 경찰은 김 전 회장의 국내 송환을 요청하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공조수사를 의뢰하면서 외교부에 여권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전 회장이 여권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또다시 김 전 회장의 자진 귀국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신병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하며 6개월짜리 비자를 발급받았다. 미국 비자가 만료되는 이달 말까지 귀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여성 비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됐다. 성추행 혐의 관련 지난해 10∼11월 경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상태다. 김 전 회장 측은 간과 심장, 신장 등의 질병 치료 때문에 당장 귀국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3년여간 비서로 일했던 A씨는 지난해 2~7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장과 신체 접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지만 강제성이 없었다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A씨가 이를 빌미로 거액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고소를 당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난해 9월 21일 그룹 회장직과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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