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LIG넥스원이 사업비 1조2500억 원의 대북 정찰위성 개발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킬체인(Kill Chain, 감시·타격)의 눈을 담당하게 됐지만, 5년간 개발한 장거리 레이더 사업은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LIG넥스원이 새해부터 정부 주도 사업에서 희비를 겪고 있다.
LIG넥스원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 체계개발사업 중단 공문을 받았다고 4일 공시했다. 계약금은 372억6000만 원이다.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는 공군이 고지대에서 운용하는 방공 레이더로 북한 상공의 항공기 궤적을 탐지·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LIG넥스원이 전달받은 레이더 개발 중단 공문은 지난달 2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 중단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방사청은 "현재 추진 중인 체계개발사업을 중단하고 전력화 시기 등을 고려해 조속한 시일 내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고정형 장거리 레이더 체계개발사업을 지난 2011년에 착수했다. 하지만 2014년 운용시험평가에서 일부 항목이 기준치에 미달해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어 2016년 11월 감사에서 시험평가 조작 의혹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
이에 방사청은 지난해 9월 해당 사업 중단을 결정했고 추진위 의결에 따라 최종 중단됐다.
올해 국방예산은 43조1581억 원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전년보다 7.0%가량 증가한 수치지만 방위산업 업체들은 매출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LIG넥스원은 장거리 레이더 사업 중단으로 더 분위기가 가라앉게 됐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장거리 레이더는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와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방위산업과 무기체계 개발 절차의 특수성과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이 임박한 상황에서 중단이 결정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방사청에서도 신속히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한 만큼, 우리 손으로 만든 장거리 레이더가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LIG넥스원은 레이더 사업 중단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지난해 11월 제107회 방위사업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대북 정찰위성 개발사업의 시제품 개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1조2500억 원의 사업비로 2024년까지 총 5기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사업계획서 등을 토대로 계약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대북 정찰위성 개발사업은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4개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위성 1기 등 모두 5기의 정찰위성을 독자적으로 보유하는 사업이다.
SAR는 공중에서 쏜 뒤 반사된 레이더파를 바탕으로 지상과 해상의 지형과 물체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 이 장비는 날씨나 기후와 상관없이 상시 정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