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차)에 2017년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연초만 하더라도 국내 완성차업계 가운데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거듭했지만, 지난해 돌풍을 이끌었던 볼륨 모델 'SM6'의 부진과 '기대작' 클리오의 출시가 연기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 10월엔 지지부진한 실적에 책임을 느낀 당시 박동훈 사장이 물러나기도 했다. '수장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진 르노삼성차, 2018년 무술년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해 '신차' SM6와 QM6를 앞세워 쌍용자동차(10만3554대)를 밀어내고 내수 판매량 탈꼴찌에 성공했던 르노삼성차(11만1101대)가 다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1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9만584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내수 판매량 4위에 올라 있는 쌍용차(9만6030대)와 격차는 5446대로 단 한 달 만에 순위를 바꾸기엔 버거운 수치다. 사실상 2년 만에 내수 꼴찌가 확정된 상황이다.
볼륨 모델의 부진과 신차 출시가 없었던 것이 패착. 볼륨 모델인 SM6는 신차효과가 빠지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전년과 비교해 28.6%나 떨어졌다. 특정 모델에 의존도가 높은 르노삼성차로선 SM6의 부진이 뼈아팠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개척했던 QM3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누적 판매량과 비교해 17% 하락한 실적을 내고 있다. 또한, 2017년 르노삼성차의 실적을 책임질 것이라 믿었던 해치백 '클리오'의 물량 확보에 애를 먹으며 국내 시장에 내놓지 못했다. 결국, 빠져나가는 신차 효과를 메꿔줄 신차 부재로 내수 최하위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달 1일부터 신임 도미니크 시뇨라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르노삼성차. 르노삼성차가 생각하는 2017년과 그들이 그리는 2018년은 어떨까.
우선, 시뇨라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뒤 회사 분위기는 활기를 띠고 있다. 르노삼성차 측에 따르면 시뇨라 신임 대표이사는 과거 RCI(르노캐피탈) 코리아 대표이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한국 시장에 밝은 편이고, 세일즈 영업·마케팅 부분에선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스타일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시장을 파악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과거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적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르노그룹에서도 인정받은 분이다. 업무적으로 본질적으로 잘 알고 계신다. 최근엔 사무실을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내년엔 더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차의 2017년은 지난해와 비교해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르노삼성차 측은 어두운 면보단 긍정적 요소에 더 많은 무게를 뒀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회사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현재 공장 가동률이나 생산율은 최대치로 돌아가고 있다. (외부에서 걱정을 많이 하지만)올해 실적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면서 "내수시장만 보면 분명 아쉽지만, 수출 실적이 많이 상쇄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11월까지 르노삼성차는 내수 9만584대, 수출 15만9709대 등 총 25만293대를 판매했다. 내수에선 지난해 실적(9만7023대)과 비교해 6.6% 하락했으나 수출(지난해 실적-12만7706대)은 25.1%나 성장했다.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실적 역시 전년 대비 11.4% 성장한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실적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목표 판매량 27만대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클리오와 함께 무술년을 누빌 계획이다. 애초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던 클리오는 유럽 공장에서의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았고, 품질 업그레이드에 대해서도 시간이 걸리며 국내 상륙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르노삼성차 측은 "내년엔 분명 신차 클리오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고, 동기부여 역시 많은 것이 사실이다"면서 "올해엔 물량 문제도 있었고, 한국형 버전으로 전환하면서 품질적으로 욕심을 많이 부리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길어졌다. 사실 클리오는 올해 말부터 공급이 가능했지만, 내년에 출시하는 것이 마케팅적으로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 프랑스와 터키에서 생산하고 있는 클리오는 내년 상반기 내로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경유에 이어 가솔린 모델 출시로 신차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QM6와 더불어 내년에 출시될 클리오는 SM6의 부진을 보완해 줄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클리오로 힘들었던 르노삼성차가 내년엔 클리오 출시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SM6 흥행 돌풍을 이을 후속 모델로 클리오가 기대됐다. 애초 6월에 출시됐다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출시가 계속 연기되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면서 "내년에 클리오가 정상적으로 출시된다면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인 수장에 대해선 아쉬움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 교수는 "완성차 업계에서 마케팅에 관해 귀재라고 불리던 인물인 박동훈 전 사장의 부재가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 현지인이 대표를 맡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외국인 사장이 취임하면 현지 시장을 파악하는데 최소 6개월은 걸릴 수 있어 자칫 허송세월할 가능성도 있다. 신임 외국인 사장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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