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에 화장품까지 접수’ 신세계 정유경, 공격경영 성과 가시화 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지난해 12월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서 열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하고 있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그룹의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은 1996년 입사 이래 이번이 처음으로 이번 참석으로 큰 이목을 끌었다. /신세계그룹 제공

[더팩트│황원영 기자]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면세점 사업에 이어 화장품 사업의 몸집을 키우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신세계백화점 개점식에 참석하면서 공식석상에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정 총괄사장은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주목받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면세점 사업은 모두 본궤도에 올랐고 화장품 사업 역시 그룹 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하에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22일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을 강남대로 금강제화 빌딩에 오픈했다. 건물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 4개층이며 영업면적은 1061㎡(약 321평)에 이른다. 역대 시코르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다. 시코르 강남점에 입점한 브랜드는 나스, 맥, 바비브라운, 메이크업포에버, 슈에무라 등 럭셔리 제품부터 SNS에서 핫한 K코스메틱까지 250여가지에 이른다.

시코르는 정 촐괄사장이 역량을 쏟고 있는 화장품 편집숍이다. 지난해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서 시코르를 처음 선보인 이후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광주점 등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시코르 1호점의 경우 오픈 100일 만에 목표 대비 150%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코르는 젊은 층의 인기를 끌며 그간 온라인에 밀리던 백화점 화장품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2030 젊은 세대의 유입이 크다 보니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들의 관심도 증가했다.

실제 샤넬과 맥의 경우 신세계 강남점 1층 본 매장을 그대로 두고 지하 1층 시코르 옆에 새 매장을 오픈했다. 기존 매장과는 달리 ‘셀프바’를 도입하는 등 시코르 전략을 그대로 따왔다. 이른바 ‘시코르 효과’다. 이에 힘입어 시코르는 오픈 1년 만에 백화점을 벗어나게 됐다.

정 총괄사장의 화장품 사랑은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화장품 사업을 직접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바디비치’를 인수한 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바디비치는 2015년 영업손실 61억7000만 원, 지난해 영업손실 22억7464억 원으로 점차 적자폭이 줄고 있다. 내년에는 흑자전환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5년 에스티로더, 샤넬, 디올 등의 색조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1위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업체 인터코스와 지분율 50 대 50으로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세웠고 지난해 5월 경기도 오산에 화장품 제조공장과 연구개발 센터를 착공해 올해 초 제조공장을 완공했다.

정 총괄사장이 이끄는 면세점 사업부 역시 연착륙에 성공했다. 올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면세점 업계 전반이 위기에 부딪혔지만 신세계면세점은 흑자를 기록하는 등 남다른 경영성과를 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6669억 원으로 지난해 개장한 신규 면세점 중 1위를 기록했다. 1월부터 9월까지 매출 추산은 9496억 원이다. 신세계의 면세점사업을 맡는 신세계DF는 올해 3분기 매출 2707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73% 급증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4억 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면세점 사업에 이어 화장품 사업의 몸집을 키우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 /신세계 제공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도 쑥쑥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신세계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시장에서 12.5% 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 1위인 롯데, 2위 신라에 이어 3위로 자리매김했다. 개점 2년도 채 되지 않아 거둔 성과다.

이는 해외 명품 유치 등 정 총괄사장이 발 벗고 나선 덕이 크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는 올해 9월 루이비통과 크리스찬디올 매장이 잇따라 오픈했다. 루이비통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에 입점한 것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처음이다. 신세계는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와도 입점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신세계는 내년 말 시내면세점 2호점인 강남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증권 업계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오픈하면 3000억 원의 매출을 추가로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정 사장이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까지 힘을 쏟았던 대구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12월 15일 개점한 후 1년간 매출 6600억 원 이상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신세계 부산센텀시티점이 기록한 첫해 매출 5460억 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오픈 1년 간 방문한 고객은 3300만명에 이른다. 신세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 건물 최상단부에 들어선 아쿠아리움은 지역에서 유일한 아쿠아리움으로 올 한해 100만명이 방문했으며 온 가족이 함께 뛰놀 수 있는 트램폴린 파크 ‘바운스’도 15만명이 이용하는 등 대구신세계 고객몰이를 선도했다.

신세계는 지역 매출 1위는 물론 전국 10위권 내로 단숨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 역시 “복합환승센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유동인구, 압도적 규모의 차별화 테넌트,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와 풀라인 MD 등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전국구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며 고무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대구신세계 개장과 강남점 리뉴얼 등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신세계백화점 시장점유율은 2015년 20.4%, 2016년 22% 등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포인트(p) 오른 28.1%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26억 원, 29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7.7% 늘었다. 반면 경쟁사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이 기간 실적이 감소했다.

업계는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 신세계는 물론 면세점 사업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후계자로서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며 “업계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화장품 사업 역시 순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 총괄사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은 9.83%다. 지난해 4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신세계 지분을 서로 교환했고 이에 따라 정 총괄사장의 지분율은 2.51%에서 7.32%p올랐다. 정 부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7.32%에서 9.83%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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