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평택=장병문 기자]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타워 크레인 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는 정적만 감돌았다. 수십 개의 타워크레인은 모두 멈췄고, 현장 근로자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했다.
19일 평택시 칠원동의 GS건설 자이 더 익스프레스 3차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은 한창 작업에 분주해야 하지만, 전날 L자형 타워크레인 20층 높이에서 인상 작업을 하던 정모(53)씨가 약 60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 사고로 정 씨와 함께 작업하고 있던 이 모 씨 등 4명이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날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자이 더 익스프레스 3차 아파트 사고 현장 취재를 요청했지만, GS건설 측은 안전을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GS건설 관계자는 "현장 근무자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현장은 안전 문제로 통제되고 있어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타워크레인은 조사를 받은 뒤 철거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자이 더 익스프레스 3차는 현재 22개 동이 20층가량 지어졌고, 각 동마다 타워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모든 타워크레인 가동이 중단됐고, 현장 근로자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공사 현장에서 조경 작업을 하고 있던 한 근로자는 "전날 사고로 대부분 작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현장은 날씨처럼 썰렁하고 춥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고를 조사하는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 다양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감식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파손된 타워크레인에 부적격 부품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 등 4명의 근로자는 타워크레인 기둥을 21층 높이로 올리기 위해 텔레스코핑 케이지(인상 작업 틀)에서 작업 중이었다. 인상 작업은 기둥 상단에 있는 직육면체 텔레스코핑 케이지를 밀어올려 공간을 만든 뒤 기둥 한 칸을 블록처럼 끼워 넣은 작업이다.
전날 사고는 텔레스코핑 케이지 하단에 설치된 받침대가 파손되면서 발생했다. 이 받침대는 조정석과 가로대 등 약 30톤의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받침대가 파손되면서 케이지가 내려앉았고 충격으로 가로대가 아래로 꺾여 기둥과 충돌해 정 씨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난 타워크레인은 2007년 프랑스 포테인사에서 제조한 'MCR225' 모델로 2009년 12월 국내 도입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고용노동부 등과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의 안전 수칙 준수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9일 용인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이후 열흘도 안 돼 발생해 충격이 더 크다. 당시 정부는 전국 타워크레인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나 또, 사고가 발생해 안전 불감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현재 국내에 등록된 타워크레인을 대상으로 집중점검을 벌이고 있는데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은 최근 실시한 안전성 전수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안전성에서 합격한 타워크레인에서 사고가 발생해 정부의 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만 전국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19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다쳤다. 지난 5월 경기 남양주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의 기둥이 무너지면서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10월에는 경기 의정부시 민락2지구 아파트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철거 중 붕괴돼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지난 9일에는 용인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붕괴로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한편 '자이 더 익스프레스3차'는 지하 3층~지상 29층, 22개동, 2324가구 규모이며 2019년 1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