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파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제계는 여전히 뜨거운 화제로 가득했습니다. 특히 최근 전 세계는 비트코인으로 그야말로 '후끈' 달궈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를 내놓은 가운데 이를 화폐로 보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쟁이 여전한데요.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짚어봤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요? 궁금한 뒷이야기를 들어보죠. 한국콜마의 내곡동 연구소 건립을 둘러싼 7개월간의 갈등 상황과 재건축 시장에서 '금지된' 이사비가 등장한 배경도 살펴보겠습니다.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이철영·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로·이성락·서민지·안옥희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비트코인, 화폐냐 투기수단이냐…여전히 논쟁 '후끈'
[더팩트ㅣ정리=서민지 기자] -요즘 전 세계를 후끈하게 달구는 화제를 꼽자면 비트코인을 빼놓을 수 없죠.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 같네요.
-네, 올해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으면서 비트코인 몸값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요. 최초 약 10원에 불과했던 1비트코인은 최근 2000만 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올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100만 원 수준이었는데 말이죠.
-정말 무서울 정도로 오르고 있네요. 그만큼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법적 규제도 만들어졌죠?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 관련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열고 가상통화 투기과열과 이를 이용한 범죄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본인 확인 의무 강화, 미성년자 및 외국인 계좌개설·거래 금지,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지분 투자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요.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 조치를 거쳐 투자자보호와 거래투명성 확보 등을 의무화하고, 이를 갖추지 못할 경우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할 계획입니다. 또한 가상화폐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 여부도 검토하고 있고요.
-비트코인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선물거래를 개시하면서 '제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잖아요.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화폐로 인정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팽팽하다면서요?
-제도권 편입을 찬성하는 측은 건전한 영업질서 유지와 투자자 보호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가상화폐는 주식시장과 달리 상·하한 가격 제한폭이 없고, 24시간 전 세계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요. 특히 최근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고요.
-반면 금융 당국은 규제는 필요하되 '화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인식하지 않는다"며 "금융거래로 인정할 때 여러 문제로 파생될 수 있어 거래소 인가나 선물거래 도입 등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 중앙은행들도 비트코인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나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법정 화폐가 아닌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며,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입 메르셰 유럽중앙은행(ECB) 이사 또한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다"라며 "민간 가상화폐에 매달리지 말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소액결제 시장을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 바 있고요.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암호화폐를 사는 것은 투자보다 도박에 가깝다"며 "신뢰할만한 가치 저장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아 화폐로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과거 "암호화폐를 화폐로 보기 어렵다"며 "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규제를 할 것이지, 화폐 차원의 규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우려가 큰 만큼 아직 화폐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 같네요.
◆'눈물 흘린' 장시호에게 '인사 미소'로 화답한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도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든 것 같은데요. 여러 사정으로 차일피일 미뤄졌던 주요 증인들의 신문도 차례로 진행되고 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의 증인신문은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였습니다. 지난 11일 장시호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열렸는데요. 장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이자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특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특검 도우미'라는 별칭을 얻은 장본인이죠.
-출석 직전 삼성그룹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장 씨는 옅은 녹색 수의에 흰색 운동화 차림을 한 채 재판정에 들어섰는데요. 본인의 선고 재판에서 헤어스타일부터 메이크업, 의상까지 각별히(?) 신경 쓴 채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정을 향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분위기였습니다.
-장 씨가 눈물을 보였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맞습니다. 이날 의외의 장면이 꽤 많이 등장했는데요. 증인 선서를 하기 위해 선서문을 들고 서 있던 장 씨가 갑자기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서 있더니 이내 눈물을 쏟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에 재판정 분위기는 숙연해졌죠.
-일각에서는 본인이 구속됐다는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는데요. 확실히 만감이 교차한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장 씨는 신문을 하는 중간중간마다 가끔 눈물을 흘렸죠.
-이목이 쏠린 증인신문이었는데, 새로운 진술은 있었나요?
-기자들을 바쁘게 움직이게 할 만한 '새로운 이슈'는 없었습니다. 이미 검찰과 특검 조사 때부터 주장한 대로 영재센터가 최 씨 사적 이익을 위한 단체라고 생각한 적 없었고, 최 씨가 시키는 대로만 한 것이라는 게 장 씨 진술의 핵심 내용이었죠.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가지 눈에 띈 점을 꼽자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관련한 질문에는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었는데요. 아마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항소장을 제출한 만큼 김 전 차관과 '선 긋기' 전략을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인상 깊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는데요. 재판부가 잠시 휴정을 선언하자 장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부회장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것이죠. 사실 장 씨는 이 부회장과 본건 관련해 대면한 적도 없는 사이인데요. 더욱이 그가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 씨의 조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부회장에게는 껄끄러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 부회장 반응은요?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피고인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사실 이 부회장이 장 씨의 인사를 못 본 척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예상과 달리 이 부회장은 그의 인사에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이같은 이 부회장의 제스처는 그만의 '스타일'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닌 듯합니다. 이 부회장은 매회 재판 종류 직후 검사석을 지날 때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는데요. 1심 때만 해도 다소 낯선 피고인과 검사의 인사가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풍경이 됐죠.
이제 최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최 씨의 출석 여부는 미지수지만, 후반부에 접어든 삼성 재판에서 최 씨에 대한 신문이 어떤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감사원 감사 청구' 한국콜마 내곡동 연구소 갈등 '점입가경' 왜?
-연 매출 1조 원대 화장품 및 제약 중견그룹 한국콜마홀딩스의 내곡동 통합기술원 건립을 두고 논란이 수개월째 지속되면서 여전히 지역 현안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더팩트>가 앞서 올 9월 한국콜마 내곡동 연구소 건립을 둘러싼 주민갈등 소식을 전해드렸죠. 한국콜마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연면적 3만1560㎡(9563평) 규모로 짓고 있는데요. 유해물질 배출 우려, 수의계약 특혜 의혹 등으로 촉발된 연구소 건립 논란이 결국 감사원 감사 청구로 이어지면서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양상입니다.
-내곡동 연구소는 올해 5월 24일 착공했죠. 현재까지 7개월 넘게 갈등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군요.
-연구소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그동안 서초구청, 서울시청, 국민신문고 등에 부지 수의계약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수차례 제기해왔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감사원 공익감사도 청구했습니다. 국무총리비서실 민원접수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 국토교통부, 대검찰청에도 관련 민원이 접수돼 각 기관이 조사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사에 착수하면 내곡동 연구소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겠네요.
-네, 결과를 떠나 조사 착수 여부에 따라 공사 지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앞서 유해물질 배출 우려, 수의계약 특혜 의혹 제기로 한국콜마 측이 주민설명회를 열면서 이미 공사 일정에 일부 차질이 빚어진 바 있는데요.
-취재진이 지난 6일 다시 찾은 내곡동 연구소 공사 현장 인근에는 여전히 한국콜마 연구소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플래카드들이 즐비했습니다. 최근 공사장 진출입로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이 부각된 가운데 관련 주장이 담긴 플래카드도 찾아볼 수 있었죠.
-공사 현장에 또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이번엔 공사 차량이 드나드는 진출입로 방향을 놓고 주민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한국콜마 측 공사 차량은 주택가에 인접한 헌릉로 8길로 다니고 있었는데요. 일부 주민이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공사장 진출입로를 헌릉도 방면으로 변경할 것을 서초구청에 요구했습니다. 이에 내곡동 연구소를 반대하는 주민들(비대위)이 편도 5차선인 헌릉로 방면으로 진출입로를 변경하면 오히려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며 변경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민 간 이견이 큰 것 같네요. 한국콜마 측은 어떤 입장인가요?
-헌릉로 방면은 서울 내곡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에 따라 차량진출입 불허구간이지만, 건물이 준공되지 않은 공사 기간에는 차량 진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한국콜마 측은 공사 기간 중에는 헌릉로 방향으로 공사차량이 진출입이 가능하도록 SH공사와 협의했는데, 일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주택가로 다니고 있다며 억울하단 입장입니다. 회사 측은 공사 차량이 현재 좁은 주택가 방면 진출입로보다는 넓은 헌릉로 방면으로 다녀야 주민들도 더 안전할 것으로 보고 있죠.
-진출입로 변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차량출입불허구간 설정은 공공의 안전한 교통·보행환경을 위한 것인데, 특정 이해관계자의 편리를 위해서 일시적이라도 허가된다면 그것은 주민을 위한 공공시설물 등의 훼손을 조장하는 특혜적 행정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대위가 제기한 유해물질 배출 논란, 수의계약 특혜의혹도 아직 명확하게 해결이 안 됐죠.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네요. 내곡동 연구소를 둘러싼 주민갈등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7개월 넘게 분쟁과 갈등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피로감도 상당해 보였는데요. 이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서초구청 등 관계 기관이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유해물질 배출 우려, 수의계약 특혜 의혹 등으로 촉발된 연구소 건립 논란이 공사장 진출입로 변경 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한국콜마홀딩스와 주민갈등은 올해를 넘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또 이사비 1000만 원 지원?
-재건축 시장에서 또다시 이사비가 등장했습니다.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들이 조합원 당 1000만 원의 이사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업계는 최근 입을 모아 자정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그런데도 이사비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영통2구역(매탄주공 4·5단지)'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사업 제안서에 가구당 이사비 1000만 원을 무상지원하겠다고 제안했고, 롯데건설은 이사비 500만 원을 무상 지원하고 500만 원은 대여하겠다는 내용을 제안서에 담았습니다.
-시공사들이 조합원에게 제공하는 이사비는 사업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데요.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 30일 건설사가 시공과 관련 없는 이사비, 이주비 등을 제안할 수 없도록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제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고액 이사비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정비사업 개선안이 준비 중으로 효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제도 개선 기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건설사들이 끝까지 이사비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할 수 있는데요.
-건설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먼저 매탄주공 4·5단지 재건축 조합에 이사비를 제안한 게 아니라 조합이 사업 제안서에 이사비 조항을 넣어 어쩔 수 없이 1000만 원을 써낸 것이라고 합니다. 대형 건설사가 건설현장에서 '갑'이라고 하지만, 조합 앞에서는 '을'이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는 거죠. 다만 금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국토부가 이사비를 제안할 수 없다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합은 어떻게 이사비를 사업 제안서에 넣을 수 있었던 건가요. 또 이사하는데 1000만 원이나 드는지도 의문입니다.
-국토부가 정비사업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은 10월 말이었지만, 매탄주공4·5단지 조합은 이보다 먼저 사업 제안서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100㎡(30평) 주택이 이사할 때 100만~200만 원가량의 이사비용이 드는데요. 조합 측에서는 공사 기간 동안 이사 횟수를 이유로 1000만 원의 이사비는 과도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 시공사의 이사비가 어떻게 마련되는지 그 내역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재건축 조합에 이사비 지원은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에 정비사업 개선안이 마련되면 시공사는 공사와 관련 없는 이사비나 이주비, 재건축부담금 등은 아예 제안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