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중독이라는 게 참 무섭다. 국회에서 이른바 '찌는 담배'인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을 일반 담배 89% 수준의 인상이 진행되고 있고, 아이코스를 출시한 한국필립모리스가 업계 처음으로 가격을 올린 가운데 흡연자들은 "일반 연초로 돌아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최대 6000원까지 가격이 올라도 계속해서 '찌는 담배'를 피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부터 진행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본회의를 열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현행 126원에서 529원으로 인상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지난 8일엔 담배소비세를 현행 528원에서 897원으로, 지방교육세를 현행 232원에서 395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여기에 계류 중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담배부담금)까지 일반담배(841원)의 89% 수준(750원)까지 오른다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모든 세금은 약 2986원이 된다. 현재 붙는 세금(1739원)보다 1247원 인상되는 셈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은 모두 4300원이다. 세금 인상분을 100% 반영한다면 약 5500원(5547원)까지 오르게 된다.
그리고 한국필립모리스가 총대를 멨다. 20일부터 아이코스의 전용 담배 제품인 히츠의 소비자 가격을 현행 갑당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 예상했던 가격 인상 폭(최소 700원)보다 작은 수치지만, '찌는 담배'에 중독된 흡연자들은 최대 6000원까지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계속 피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이코스를 3개월째 사용하고 있는 한 남성 흡연자는 "가격이 얼마가 오르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6000원 이상 오른다해도)계속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울 것 같다. 일반 연초로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흡연자들 역시 "최대 6000원까지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계속 피울 것 같다. 그 이상으로 오른다면 양을 줄일 것 같다", "냄새나 유해 성분이 덜하기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에 정착한 상황에서 연초로 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 같다. 6000원까지는 계속해서 피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들 대부분 "궐련형 전자담배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일반 담배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각자가 용인하는 인상 가격은 최소 5000원에서 5400원, 5500원, 6000원까지 다양했고,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흡연 횟수를 줄이거나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은 담배(KT&G 핏)로 호환 흡연할 의사를 내비쳤다.
한 아이코스 흡연자는 정부의 세금 인상을 두고 "흡연자가 호구냐"라며 크게 불만을 나타내면서 "5000원까지는 괜찮다. 그 이상으로 오른다면 금연을 하거나 일반 연초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릴(핏)에 대한 가격 정책이나 조건을 보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모두 8명의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가 밝힌 담뱃값 마지노선은 평균 5487원이었다. 현재 가격보다 1000원 이상 올라도 계속 '찌는 담배'를 피우겠다는 의사를 드러낼 만큼 강한 충성심을 보였다.
업계는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며 담뱃값 인상을 추진했거나 추친하고 있다.
지난 5월 아이코스를 출시하며 가장 먼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한 한국필립모리스가 세금 인상이 적용되기도 전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소비자 혼란과 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세금이 오르기 전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을 하루빨리 잠재워서 사재기나 시장 왜곡을 막기 위한 것이 큰 이유다"면서 "또한 아직 인상이 발효되지 않은 세금도 있지만 지난달 16일에 발효된 개별소비세는 갑당 529원으로 이미 예상 수준보다 200원 이상의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글로를 내놓은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이하 BAT 코리아)는 세금 인상에 대해선 "분명한 가격 인상 요인"이라며 담배 가격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시인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BAT 코리아 관계자는 "세금 인상은 확정됐지만, 내부적으론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격 인상 요인은 확실히 많아졌다. 그렇다고 단숨에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장 상황이나 경쟁사 가격을 보고 결정을 할 것 같다. 현재로선 가격 인상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인상폭을 결정하겠다는 심산이다.
지난달 릴을 출시한 KT&G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가격 동결'을 외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KT&G를 제외한 두 회사(한국필립모리스, BAT 코리아) 모두 담뱃값 인상을 사실상 인정했고, 빠르면 올해 안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가격 인상폭은 세금 인상분(1247원)을 초과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