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노조 "상장 이후 회사의 유일한 목적은 대주주 이익극대화"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한 뒤 몸집을 불렸지만, 내실은 약화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매각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또다시 '먹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해에 이어 ING생명 매각을 위해 나서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2월 특수목적법인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를 통해 네덜란드 ING로부터 한국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다 올해 5월 ING생명의 코스피 상장을 위해 지분 40.85%를 기업공개(IPO) 하면서 1조1000억 원가량을 챙겼다.
상장 후 ING생명은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 나가기 시작했다. ING생명 주가는 6일 기준 종가 5만5200원으로 공모가 3만3000원에 비해 67%가량 뛰었다. 업계에서 '생보사 잔혹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동안 생명보험사들이 주식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다른 행보다.
ING생명의 호실적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ING생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53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전년보다 51.3%, 2.9% 늘어난 2736억 원, 3조2700억 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고배당 정책'이 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ING생명은 지난 7월 공시를 통해 2019년까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보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SR17)도입 등 수익성 우려로 배당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생보사들의 배당성향은 삼성생명 10.49%, 한화생명 7.6%, 교보생명 15.0% 등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투자수익을 많이 챙기기 위해 고배당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ING생명 지분 59.15%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가치만 2조6770만 원을 넘는다.
매각을 진행할 경우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식 가치의 20~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가는 3조 원 중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당시 1조8000억 원을 들였지만, MBK파트너스가 IPO를 통해 챙긴 1조1000억 원에 인수 후 받은 배당금, 매각가까지 합치면 투자금 대비 회수금은 3배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ING생명이 4년 만에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지만, 질적인 성장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인수한 뒤 직원 수는 1000여 명에서 700여 명으로 30% 이상 줄었다. 인력이 줄어드는 동안 비용 또한 40%가량 감소했다.
이런 상황 속 ING생명이 실적 개선세를 보인 것은 '영업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ING생명의 한 직원은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쥐어짜기'"라며 "MBK가 인수한 뒤로 회사 분위기나 노사 관계가 많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노사 관계는 계속해서 꼬이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업무 강도가 높아졌고, 무연고·원격지 발령을 해고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ING생명 노조 관계자는 "상장 이후 회사의 유일한 목적은 대주주의 이익극대화로 바뀌었다"며 "일방적인 발령 등으로 노동인권을 탄압하는 반면 고배당 등으로 몸값을 띄운 뒤 어떻게든 매각을 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매각을 두고 또다시 '먹튀' 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는 기업 인수 뒤 비용 절감에만 집중해 이익만 크게 늘리는 행태를 보이며 '먹튀 논란'이 잇따라 제기됐다"며 "일반 기업은 물론 특히 안정성이 중요한 금융업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ING생명은 잠재적인 매물이기는 하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건 없다"고 답했다. 다만 ING생명 매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