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닥치는 한파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한 주간 경제계 주요 이슈를 짚어봅니다. 이번 주에는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의 조카이자 특검 도우미 장시호 씨의 1심 선고공판이 열렸죠. 장시호 씨가 검찰 구형(1년 6개월)보다 더 많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가운데 이 결과가 삼성 재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경제계의 움직임이 어느 때 보다 활발한데요. SK텔레콤이 경쟁사이자 공식후원사인 KT의 '올림픽 통신망 훼손', '앰부시 마케팅'으로 논란을 빚는 속사정을 취재했습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아 연임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죠.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어떤 전망을 내놓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현대자동차가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출시했던 플래그십 세단 아슬란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데요. 탄생부터 단종에 이르기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이철영·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로·이성락·서민지·안옥희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 특검도 삼성도 웃지 못한 '특검 도우미' 장시호 선고
[더팩트ㅣ정리=안옥희 기자] -지난 6일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에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고 하던데요.
-최근 법원에서는 일반 직원들은 물론 취재를 위해 법원을 찾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날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이 오전 10시부터 열렸죠.
-새벽 5시부터 방청권을 받기 위한 긴 행렬이 시작될 만큼 법원 안팎에서는 분주한 분위기가 이어졌는데요. 더욱이 이날 '특검 도우미'로 불리던 장시호 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선고 재판도 열리면서 법원 청사 서관 입구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오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장시호라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 씨의 조카죠?
- 네. 장 씨는 최 씨의 조카이자 특검에 최 씨가 사용한 태블릿 PC를 제출하면서 '특검 도우미'라는 별칭(?)을 얻으며 세간의 관심이 쏠린 인물입니다.
-이날 법조계는 물론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있는 사람들의 최대 관심은 장 씨와 김 전 차관의 선고 결과였는데요. 재판 전부터 일각에서는 장 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바깥 생활'을 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검찰이 앞서 진행된 결심 재판에서 '(장 씨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었죠. 이날 장 씨가 머리와 메이크업을 새로 하고 법정에 들어서자 일각에서는 "이미 법정 구속이 안 될 줄 알고 한껏 꾸미고 온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는데요. 장 씨의 경우 검찰 구형(1년 6개월)보다 더 많은 징역 2년 6개월, 김 전 차관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두 사람의 선고 결과가 '삼성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요?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명시할 수는 없지만, 특검도 삼성 측도 두 사람의 선고 결과를 웃으면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삼성에서는 장 씨보다 김 전 차관의 판결에 주목해왔는데요. 삼성에서 그동안 김 전 차관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수십억 원을 강요해왔다는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김 전 차관은 삼성에 후원금을 압박·강요한 혐의에 관해서는 무죄 판단을 받았고,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를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 2억 원을 내게 한 혐의 등에 한해서만 유죄가 인정됐는데요. 이는 곧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이 '강요와 협박'에 따른 것이 아닌 자의적 결정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되는 만큼 개운치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검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간 장 씨를 통해 결정적인 수사 자료를 확보하며 나름 덕(?)을 톡톡히 봤었는데 정작 재판부가 '엄벌'에 나섰으니 겉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티도 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죠.
-결국 꼼짝없이 구속이 확정된 장 씨는 물론 특검과 삼성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단 얘기네요. 아직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주요 재판들이 진행 중인데요. 모든 재판에서 한 쪽에 치우침 없이 철저한 검증과 공평한 판결로 한 치의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초조함 느끼는 SK텔레콤? 올림픽 앞두고 논란 연발
-글로벌 축제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공식적으론 스포츠 축제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경제계에서도 큰 관심을 쏟는 대회이기도 하죠. 그런데 올림픽을 놓고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의 신경전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특히 SK텔레콤이 최근 여러 논란을 일으켜 주목받았죠?
-맞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올림픽 통신망 훼손'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논란의 발단은 KT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쓰일 통신 시설을 무단으로 훼손한 SK텔레콤을 고소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SK텔레콤과 협력사 직원이 지난 10월 31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KT 소유 통신 시설 관로를 훼손하고 광케이블을 연결했다는 지적이죠.
-SK텔레콤이 왜 그랬던 걸까요.
-우선 SK텔레콤은 '작업자의 실수'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KT는 '고의적인 훼손'이라고 맞받아쳤는데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올림픽 통신망 훼손' 사건은 현재 경찰에서 조사 중이죠.
-그렇군요. SK텔레콤과 관련해 또 다른 논란도 있었다고요.
-네. SK텔레콤이 협찬한 올림픽 응원 캠페인 광고가 불법이라는 판단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에서 내린 것인데요. 조직위는 SK텔레콤 협찬 캠페인 영상이 불법 앰부시 마케팅에 해당한다며, SK텔레콤에 해당 광고를 중단하고 재발방지 조치를 취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앰부시 마케팅'이요?
-'앰부시 마케팅'은 올림픽 기간 때 자주 제기되는 문제인데요.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들이 올림픽 열기에 편승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올림픽 관련 문구나 이미지 등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것을 말하죠. 조직위 역시 SK텔레콤이 공식 후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한 겁니다. 평창올림픽 통신 부문 공식 후원사는 KT죠.
-어떤 영상이었는지 설명해주시죠.
-일단 김연아가 등장하는 2편의 영상과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을 주인공으로 한 1편의 응원 영상이 조직위로부터 지적을 받았는데요. 김연아 선수는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하죠. 영상은 겨울 스포츠 체험 영상이 담겨 올림픽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SK텔레콤 로고와 SK텔레콤의 5G 캠페인 문구 '웰컴 투 5G 코리아(Welcome to 5G KOREA)'도 등장하고요. 특히 '씨유 인 평창(SEE YOU in PyeongChang)'이라는 문구는 SK텔레콤의 광고 캠페인 문구인 '씨유 투모로우(SEE YOU Tomorrow)'를 떠올리게 합니다.
-SK텔레콤 측 반응도 궁금한데요.
-SK텔레콤은 공익적 목적의 응원 캠페인에 협찬사로 참여했을 뿐이라며 광고 중단은 자신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앞선 '올림픽 통신망 훼손' 사건도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이번 앰부시 마케팅과 관련된 부분도 조직위에서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두 논란 모두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놓고 올림픽 마케팅 기회를 KT에 빼앗긴 SK텔레콤의 초조함이 엿보인다는 의견이 나오는데요. 현재 SK텔레콤은 5G 조기 상용화를 놓고 KT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죠. KT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차세대 5G 네트워크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출범 12주년' 맞이한 하나금융, 회장 인선은 어떻게?
-금융권에서는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를 부여받는 만큼 항상 CEO 인선 이슈가 따라다니고 있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하나금융) 회장의 임기가 3개월가량 남지 않았나요?
-2012년 3월 선임된 김 회장은 2015년 연임에 성공한 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요. 만일 김 회장이 이번에도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그룹을 이끌게 되죠. 현재 금융권에서 3연임에 성공한 수장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뿐입니다.
-김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업계는 어떤 전망을 내놓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우선 업계에서는 그룹 안팎으로 많은 이슈가 있지만 아직은 김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김 회장이 그룹 수장을 지내면서 하나·외환은행의 통합과 견조한 실적 등을 이뤄냈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데요.
실제 하나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541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3%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익 1조2205억 원을 넘어선 것은 물론 분기 누적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사상 최대치 기록이기도 하죠. 다만 인사는 항상 여러 변수가 있으니 지켜봐야겠네요.
-그리고 이번 주 하나금융의 그룹 출범 12주년 기념식이 진행됐잖아요. 당시 김 회장은 그룹 도약을 위해 어떤 비전을 제시했나요?
-김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소통'을 강조했는데요. 김 회장은 "그룹 출범 12주년을 맞아 그룹의 미래인 임직원들이 하나금융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서로 소통하며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서로의 생각이 하나가 된다면 어떤 풍랑과 역경 속에도 하나금융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토크 콘서트 방식을 통해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해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고 합니다. 직원들의 질문에 김 회장이 직접 답변하는 등 형식의 틀을 깨고 자유롭게 소통했다고 하네요. 이러한 소통 행보도 김 회장의 연임에 힘을 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 '마르샤 단종 답습' 아슬란, 탄생 자체부터 힘들었던 이유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 아슬란이 2017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단종설이 불거졌었죠.
-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7일 <더팩트>에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아슬란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출시 이후 불과 3년 2개월 만의 단종 결정입니다.
-단종이 결정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간단히 말해 애매한 포지셔닝 때문인데요. 아슬란은 현대차에서 준대형 세단으로 굳어진 그랜저를 대신해 전륜 대형 세단 포지션에 맞게 출시한 기대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랜저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제네시스도 아닌 애매한 모델'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죠. 그랜저, 제네시스와 비교해 특색이 없고 가격도 애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업계에선 "아슬란 자체만 놓고 보면 디자인이나 성능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애매한 포지셔닝이 몰락을 불렀다"고 보고 있고요.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좀 더 적나라하게 아슬란을 평가했는데요. 김 교수는 "아슬란은 탄생 자체부터 힘들었다. 포지셔닝, 마케팅 모두 애매모호했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모두 워낙 인기 모델이기 때문에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었다. 또한, 기본적으로 신모델이면 다른 차종과 비교해 특화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아슬란은 그러지 못했다. 디자인부터 옵션까지 모두 애매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아슬란의 특색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모두 머리를 긁적일 정도다. 과거 애매한 포지셔닝으로 단종됐던 마르샤와 비슷한 상황이다"고 말하더군요.
-김필수 교수가 언급한 마르샤는 어떤 차량이었나요?
-마르샤는 지난 1995년 3월 출시된 모델인데요.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준대형 세단으로 제작됐습니다. 그랜저가 '사장님 차', 쏘나타가 '과장님 차'라면 마르샤는 '상무님 차'라는 콘셉트로 나왔죠.
-아슬란도 그랜저와 제네시스 중간 모델로 출시해 틈새시장을 노린 것으로 아는데요. 둘이 비슷한 처지였군요.
-네. 마르샤는 출시 초기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죠. 쏘나타 2의 플랫폼을 대거 공유하면서 그랜저 못지않은 고급 사양들이 대거 채택되었기 때문인데요. 업계 안팎에서 '쏘나타 2 페이스리프트 버전이지만, 가격은 그랜저급이다'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마르샤에 대한 관심은 싸늘하게 식어버렸습니다. 아슬란이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낀 모델'이라면 마르샤는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애매한 차량'이었죠.
-틈새시장을 노렸지만 기대만큼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네요.
-마르샤는 결국 출시 3년 7개월 만인 1998년 10월에 단종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현대차는 아슬란을 통해 19년 만에 마르샤의 아픔을 답습하게 됐죠. 자사 베스트 모델이었던 쏘나타, 그랜저, 제네시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틈새시장을 노렸으나 모두 실패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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