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해자들이 김동선 씨 처벌 원하지 않아"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의 변호사 폭언·폭행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김 씨를 불기소 처분으로 지난 6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폭행을 당한 변호사들이 김동선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폭언에 대해서도 고소가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같이 밝혔다. 현행법상 폭행과 모욕죄는 피해자가 원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김동선 씨는 지난 9월 28일 밤 대형 로펌 '김앤장' 변호사들에게 폭행·폭언한 것이 지난달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한화그룹이 이 로펌의 고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벌 3세의 '갑질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갑질로 보기에는 다른 상황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김동선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변호사의 소개로 참석했다.
김동선 씨는 술집에 들어설 때 취하지 않았고 변호사들에게 존댓말을 쓰며 어울렸다. 변호사들은 서로를 'ㅇㅇㅇ 변호사님'이라고 불렀지만 김동선은 무직 상태로 마땅한 호칭이 없었다. 김동선 씨는 올해 초 한화건설 팀장 직책을 내려놓고 퇴사한 상태였다. 김동선 씨는 변호사들에게 "회사의 지분이 있으니 나를 '주주님'이라고 부르면 되겠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김동선 씨는 변호사들에게 "존댓말을 해라", "허리 똑바로 펴고 앉아라" 등의 말을 했다. 또 김동선 씨가 "건배"를 외치며 잔을 들었지만 호응하는 변호사가 없었다고 한다.
변호사들은 경찰에 "김동선 씨를 무시했다기보다는 그가 만취해 상대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술에 취한 김동선 씨는 의자에서 2~3차례 넘어지기도 했다. 이때마다 변호사들이 그를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김동선 씨가 넘어졌을 때 종업원이 이를 보고 변호사들에게 "사람을 왜 방치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할 때 폭행이 일어났다. 변호사들이 자고 있던 김동선 씨를 깨우자 남자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여자 변호사의 머리채를 잡았다.
폭행 피해자인 변호사들은 경찰에 "김동선 씨가 사건 다음날과 최근 언로 보도 이후 모바일 메신저로 여러 차례 사과했다. 더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술집의 기물을 파손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안 카메라를 확인했지만 영상은 지워져 있었다. 또 김동선 씨가 업무방해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종업원을 상대로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동선 씨는 지난달 21일 취중 폭행 논란에 대해 "피해자분들께 엎드려 사죄드린다.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제가 물의를 일으켜 더욱더 면목이 없다. 상담과 치료를 받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한편 김동선 씨는 올해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려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김동선 씨는 구속 기소된 후 2개월 만인 3월 석방됐으며 한화건설에서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