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삼성 "최대 기업이라는 게 죄라면 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11차 재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이 삼성과 청와대 사이의 부정한 청탁이 존재했는지 여부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11차 재판에서 삼성 측 변호인단이 특검을 향해 "삼성과 다른 대기업들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밝혀달라"며 삼성과 청와대 사이에 어떠한 부정 청탁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이날 양측은 삼성의 승마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금 지원 경위에 관해 서증조사(검찰이 재판부에 채택된 증거를 보이며 설명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 4일 진행된 서증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특검은 삼성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라는 현안 처리를 위해 청와대와 청탁했다는 주장을 이어 간 반면, 변호인단은 '대가성'을 전제로 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맞섰다.

특히, 이날 양측은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 관계자들의 진술 내용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날 선 공방을 이어갔다. 특검은 SK그룹에서 최순실 씨가 배후에 있는 K스포츠재단에서 스포츠후원 등의 명목으로 수십억 원의 자금을 보내줄 것을 요청받고도 이를 거절한 사례를 들며 "SK그룹은 최소한 (K스포츠가 제시한) 사업 계획의 적절성을 검토한 반면, 삼성은 무조건적으로 비선의 요구를 수용했다"며 삼성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대가성'을 전제로 뇌물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SK그룹은 K스포츠재단의 자금 요청을 받은 이후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 K스포츠재단이 아닌 비덱스포츠에 송금해 달라는 요구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제안을 거절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해당 기업 어느 곳에서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재단 출연제의를 받기 전까지 내부에서 출연금 지원 자체를 논의한 적 없다며 삼성에만 특별한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검의 주장에 변호인단은 "SK그룹의 사안은 본건 공소사실과 아무런 관련도 없을 뿐만 아니라 후원 목적, 방법, 절차 등에서 본질적으로 삼성과는 얘기가 다르다"며 "전혀 다른 사안을 두고 '삼성은 다르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7월 25일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해당 기업 어느 곳에서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재단 출연제의를 받기 전까지 내부에서 출연금 지원 자체를 논의한 적 없다는 사실은 이미 원심에서도 밝혀진 사안이다"며 "이는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경제적 지원 요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대기업이 '피해자' 지위에 있다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삼성이 다른 기업과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삼성만 본질에서 다른 '청탁'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삼성이) 다른 기업과 차이가 있다면 가장 많은 수출을 하고,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최대 기업으로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 요청을 받고 가장 많은 지원금을 낸 것이 전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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