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둘러싼 금품비리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허태수 GS홈쇼핑 대표(부회장)가 입건됐다. 이에 따라 허 대표가 뇌물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놓고 정식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GS홈쇼핑은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대표 입건까지 강도 높은 검찰 수사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전 전 수석의 홈쇼핑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허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입건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개시하는 것으로 구속 여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단,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GS홈쇼핑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달 28일 전 전 수석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 소재 GS홈쇼핑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날 확보한 각종 전산 자료와 내부 문서를 통해 후원금을 낸 경위와 사용처 등을 확인한 후 허 대표를 입건했다.
허 대표는 지난 2013년 12월 전 전 수석이 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전 전 수석은 홈쇼핑 재승인 문제를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은 2013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GS홈쇼핑 소비자 피해보상과 관련한 자료를 내며 압박을 가했다. 얼마 뒤 GS홈쇼핑 관계자와 접선한 전 전 수석은 GS홈쇼핑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바꿨다. 더불어 허 대표에 대한 국감 증인 신청도 취소했다.
GS홈쇼핑은 같은 해 12월 e스포츠협회에 억 대 후원금을 냈다. 검찰은 정황상 GS홈쇼핑이 낸 후원금에 대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GS홈쇼핑은 본사 압수수색 이후 최대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다”며 “성실히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홈쇼핑으로 시작한 전 전 수석 비리 불똥이 튄 데다 검찰 조사가 생각보다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전 전 수석 금품비리 의혹은 롯데홈쇼핑에서 시작됐다. 전 전 수석은 2015년 롯데홈쇼핑을 압박해 자신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와 별도로 롯데홈쇼핑으로부터 700만∼80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가족들이 쓰게 하고 롯데 고급 리조트에서 공짜 숙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강현구 롯데홈쇼핑 전 대표가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받고 있지만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인 데다 현재는 이완신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어 롯데홈쇼핑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허 대표는 GS홈쇼핑을 이끌고 있는 현직 대표인 데다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막내 아들이자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오너 일가다. 지난 2002년 GS홈쇼핑에 입사해 경영기획부문장 상무,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등을 두루 거치며 2007년부터 GS홈쇼핑을 이끌었다. 그런 허 대표가 검찰 조사에 전력을 분산한다면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GS홈쇼핑은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경쟁사들과 외형성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CJ오쇼핑과 현대홈쇼핑이 약진하면서 GS홈쇼핑이 지켜왔던 1위 자리가 위태롭다. GS홈쇼핑은 취급고(취소·반품 등을 제외한 순판매액) 기준으로 홈쇼핑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는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허 대표가 뇌물공여에 휩싸인 만큼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뇌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업 이미지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허 대표는 윤리경영 일환으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해왔다. 앞서 지난 2015년 GS홈쇼핑은 공정하고 깨끗한 유통문화 정착과 협력사 신뢰 강화 등을 위한 GS홈쇼핑 익명제보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또한 ‘윤리경영 핫라인’, ‘CEO에게 말한다’ 등 여러 형태로 협력사 신고·제보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뇌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리규범이 무색해진다.
업계는 GS홈쇼핑이 당분간 검찰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GS홈쇼핑이 뇌물 제공 의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만큼 이를 소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GS홈쇼핑이 갑작스러운 검찰 조사와 금품비리 논란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경쟁사들이 앞서 나갈 수 있다”며 “미래 신사업에 집중해야 할 회사 역량이 검찰 조사로 분산되는 것도 우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전 전 수석은 관련 의혹에 대해 재차 부인했다. 그는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며 검찰이 가진 의문과 오해에 대해 충분히 해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