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정기 인사 마지막 단계인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가 이르면 오늘(16일)부터 단계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해체된 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출신의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의 인사정책 역할을 두고 그룹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정 사장은 구속수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이자 인사정책에 밝은 재무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전실 고위 임원중 사장급으로 그룹에 복귀한 임원은 지금으로서는 그가 유일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정기 임원 인사는 이르면 이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 인사의 경우 회사 내부에서 인사 발표 하루나 이틀 전부터 어느 정도 그 윤곽을 점칠 수 있을 만큼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분위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일부 전자 계열사에서 일부 퇴임 대상 임원들에게 인사 결과에 관해 통보한 만큼 16일을 기점으로 인사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인사를 앞두고 삼성이 이례적인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그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의 인사를 진두지휘해 온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해체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의 공백기에 오히려 '이재용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세대교체용 인사단행을 위해 검토와 판단의 시간이 길어졌다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미전실에서 인사팀장을 담당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중 측근으로 평가받는 정현호 사장이 삼성전자의 '사업지원TF' 수장으로 경영에 복귀해 사실상 이번 인사의 주도권을 쥐고 '밑그림'을 완성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는 관측이다.
정 사장이 임원급 인사의 '밑 그림'을 그렸을 것이란 해석에는 크게 두 가지 근거가 뒤따른다. 우선, 최고결정권자의 부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이후 이 부회장 체제 전환에 속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게 되면서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그나마 권오현 부회장이 '총수 대행' 역할을 도맡으면서 이 부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는 했지만,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회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권 부회장의 사퇴 선언으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계열사별 '각자도생'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하나의 룰로 자리 잡은 인사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삼성으로서도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이미 구 미전실에서 인사 업무를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는 정 사장이 그간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세대교체'를 근간으로 한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사장이 이 부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지난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로 '삼성맨'으로의 첫발을 내디딘 정 사장은 이후 삼성비서실 재무팀을 거쳐 2002년 삼성전자 경영지원총괄 경영관리그룹장, 2010년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을 역임한 이후 2011년 미전실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지난 2014년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사장)을 맡았다.
'재무통'으로 불리던 정 사장이 미전실에서 인사지원팀장을 맡았을 때도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기조를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했다는 평가와 함께 사장 승진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번 임원 인사에서 정 사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정 사장보다 삼성의 인사 체계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며 "'인사'라는 것 자체가 결과 발표가 나올 때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삼성전자 임원 인사 평가를 비롯해 전자 외 계열사 내부 인사에서 정 사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승진 일자를 기준으로 앞서 지난 2014년도 임원 인사에서 227명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2015년 165명, 2016년 135명 등 지난 2015년 12월 사장단 인사와 임원인사를 시행한 이후 2년여 동안 인사 규모를 늘리지 못했다.
올해는 사장단 인사에서 '성과주의' 기조 속에 권오현·윤부근·신종균 '3인 체제'를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의 '뉴 3인 체제'로 교체하는 세대교체에 나선 것은 물론 수년째 지속한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서라도 그 규모가 100명에서 최대 200명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