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불법 분묘 조성으로 인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가운데 일부 토지는 원상복구했으나 '눈가림'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불법 묘지'로 국감에서조차 논란을 자아냈던 해당 묘지는 그대로 두고 부속시설격인 주차장만 원상 복구한 조치때문이다.
경북 청도군청 관계자는 9일 <더팩트>에 "담철곤 회장 부모 묘지 앞에 있던 주차장은 원래 토지 목적에 맞게 복구됐다. 현장에 가보니 주차장으로 조성돼 있던 땅에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철곤 회장의 부모 묘는 그대로다. 청도군청 농지과 담당자는 "2기의 묘는 이장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 담철곤 회장에게 부모 묘지를 지난 9월까지 농경지로 원상복구하라고 지시했는데 이행하지 않아 2차 명령을 내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불법 분묘 원상복구 명령은 3차까지 내려지게 된다. 이후에도 이행되지 않으면 사정당국에 고발 조치될 수 있다.
불법 분묘 등을 담당하는 청도군청 노인복지과도 지난달 담철곤 회장에게 묘지를 원상복구하라고 명령했다.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묘 이장 문제는 간단하지 않아 이행 기간을 길게 잡는 게 일반적이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도군청은 담철곤 회장이 차명으로 해당 토지를 소유한 것에 대해서도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담 회장과 현 소유자에게 공문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주차장으로 사용했던 농지는 원상복구했고 묘지 이장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장 문제는 간단하지 않아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이장할 땅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담철곤 회장은 지난 1991년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명대리 9**번지 일대에 모친의 분묘를 조성했다. 이후 1999년 모친의 옆자리에 부친의 묘를 만들어 2기의 합장묘와 주차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곳은 등기부등본상 농지인 '전(田)'으로 규정되어 있어 묘지와 주차장이 들어설 수 없다.
또 오리온그룹 비서실 등에서 근무한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담철곤 회장의 부모 묘소 부지 소유권을 이전 등록, 보유하고 있다.
담철곤 회장의 불법 묘지 조성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달 17일 "농지나 임야에 불법적으로 묘지를 조성한 주요 인사가 적발되더라도 연간 최대 1000만 원의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면 된다는 오만함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의원은 "이런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벌금 부과 외에 행정당국이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적극적인 고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법 묘지 조성 행위자는 이장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로부터 6개월에 한 번씩 이행강제금 500만 원을 부과 받게 된다. 하지만 연간 1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은 대기업 오너들에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선치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불법 묘지로 인해 매년 1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티고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도 2015년 경북 포항에 창업주인 이임용 전 회장의 묘지를 불법으로 조성했다.
한편, 장사시설업계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분포한 분묘는 약 2000만 기, 불법 분묘는 1000만 기에 이른다. 전체 국토의 1%에 해당하는 1007㎢의 면적을 분묘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장사업계 관계자는 "불법 분묘가 1000만 기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으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인력과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분묘 관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있다. 불법 분묘를 막을 장사법 개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