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코앞' 초대형IB, 제동 걸리나…은행·증권 마찰 왜?

초대형 투자은행 탄생을 앞두고 금융투자협회와 은행연합회가 팽팽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탄생을 코앞에 두고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를 두고 이들의 시각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은행연)는 초대형IB에 대한 발행어음 업무 인가 추진이 부적절하다며 인가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은행 업무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신생·혁신기업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초대형IB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인 증권사들을 골드만삭스 등과 같은 글로벌 대형 증권사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된 제도다. 증권사들은 은행과 달리 자금 조달에 제한을 받고 있지만, 초대형IB가 되면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어음 발행 등 한도 내 조달한 돈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 단계적으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부동산담보신탁 등의 신규 업무도 허용된다.

은행업계는 초대형IB를 통해 국내 증권사가 자본을 확충하고 M&A 자문·인수 등 투자은행 본연의 업무를 확대하는 방침은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의 업무 영역이 침해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은행연은 초대형IB에 허용되는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업무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로 얻은 조달자금을 기업에 대출하기 때문에 투자은행 업무가 아닌 상업은행 업무라고 지적한다.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영위했던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높아 당초 초대형IB 육성 정책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연은 "초대형IB에 대해 발행어음과 IMA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은행업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수행토록 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업권간 불평등, 건전성 규제공백, 금산분리 원칙 무력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업무 인가 안건과 대형증권사 5개사의 초대형IB 지정 안건을 상정했다. /더팩트 DB

금투협은 초대형IB와 은행업 업무가 겹치지 않으며, 초대형IB 탄생으로 인한 모험자본 공급 효과를 강조했다. 당초 초대형IB 선정 및 인가 절차는 올해 4월로 예정됐지만, 잇따라 지연된 만큼 더욱 마음이 조급한 상황이다.

금투협은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고 발행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금융상품"이라며 "은행 예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증권사의 특성상 조달자금은 주로 주식·회사채 등 발행물, 저신용등급의 회사채 투자에 쓰여 은행의 업무와 겹치는 일은 일부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한 초대형IB 탄생으로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된다는 점에 집중했다. 향후 단기금융업무 인가가 가능해질 초대형 5곳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의 합산 자기자본은 24조6000억 원으로 발행어음을 통해 49조2000억 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이 중 50% 이상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의무 투자해야 하므로 최소 25조 원가량이 혁신성장기업 자금지원 등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사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투협은 "초대형IB 정책은 증권사의 기업 자금공급 기능을 강화해 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초대형IB에 대한 조속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다수의 초대형IB가 출현해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행어음 인가 심사를 맡고 있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현재 있는 규정과 법 원칙에 따라서 심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업무 인가 안건과 대형증권사 5개사의 초대형IB 지정 안건을 상정했다. 오는 13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인가안을 거치면 해당 안건이 최종확정된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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