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갑질'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프랜차이즈 업계에 이어 생리대 업계에 칼끝을 겨눴다. 생리대 제조업체가 폭리를 취해왔는지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나서면서 독과점 사업자 지위를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생리대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앞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부별심사에서 국내 생리대 업체에 대한 가격 폭리 여부 조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내 생리대 가격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비싸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날도 김 위원장은 "(생리대) 제품이 다양해 국제 가격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국내산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 생리대 1개의 평균가격은 331원으로 일본·미국(181원), 프랑스(218원) 등 주요국에 비해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최근 7년간 생리대 가격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 중 하나인 A사는 2010~2015년 일부 제품가를 최대 17.1%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제품은 개당 가격이 2010년 210원에서 2015년 246원으로 올랐다. 또 다른 제품은 458원에서 510원으로 11.4% 올랐다.
게다가 국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가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를 포함해 판매액 상위 3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10년 이후 꾸준히 75%를 넘어서며 독과점이 지속되고 있다. 2010년에는 3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85.7%에 달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생리대 업체의 가격남용행위와 기타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생리대 시장 점유율 53%를 차지하고 있는 유한킴벌리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유한킴벌리가 폭리를 취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유한킴벌리의 경우 최근 '생리대 가격 꼼수 인상' 논란에도 휩싸인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가격을 동결한 생리대 생산을 아예 중단하거나 일부만 생산한 반면 가격을 인상한 신제품은 집중적으로 생산해왔다.
'유한킴벌리 2017년 1분기 생산일정'을 보면 유한킴벌리 구제품은 소비자 물가와 연동되는 '좋은느낌 울트라날개중형', '슈퍼롱' 단 두 제품만 생산됐다. 대신 2016년에 가격 인상됐던 리뉴얼 제품‧신제품들이 집중적으로 생산됐다. 이는 소비자 가격 선택권을 박탈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조사 내용에 대해 "아직 결과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열심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유한킴벌리 등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자정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유한킴벌리 사장이 지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조사 결과와는 별도로 싸고 안전성이 담보되는 제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며 "공정위는 국내 업체의 자율적 노력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31일 공정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저렴한 가격의 생리대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시하고 있다"며 "원가 절감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유한킴벌리의 자율적인 가격 인하 노력을 지켜보고 이를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정위가 유한킴벌리를 포함한 생리대 업체들이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게다가 생리대 시장 규모가 2014년도 기준 4850억 원에 달해 과징금 역시 폭탄 수준이 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독과점시장인 만큼 시장 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남용하지 않았는지 경쟁 기업 진입을 방해하지 않았는지 등 꼼꼼하게 조사하고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가격을 꼼수 인상하는 등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