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안옥희 기자] 다가오는 중국 '광군제(光棍節) 특수'에 국내 유통가가 들썩이고 있다. 유통업계는 광군제 매출이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귀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오는 11일 광군제 특수를 기대하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진행되는 중국 최대 규모 온라인 쇼핑행사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린다. 지난 2009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쇼핑으로 외로움을 달래야한다며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하면서 중국 최대의 쇼핑 축제로 발전했다.
광군제 매출이 국내 유통가에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실적 회복에만 있지 않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기 전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미리 쇼핑하기 때문에 광군제 매출을 보면 보름에서 두 달 후의 중국인 관광객 추이를 예측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광군제 매출을 통해 아직 풀리지 않은 한국 여행금지 조치 등 '금한령' 해제 여부나 시기를 예상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드 직격탄으로 오랫동안 부진에 빠졌던 면세점업계는 최근 한·중 관계가 해빙 모드에 들어선 데 따라 광군제 특수 마케팅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인 대상 인터넷면세점에서 대대적인 광군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중국인 고객 공략에 나선다. 광군절 당일인 11일에는 온라인상에서 '금괴'를 수집해 그 개수에 따라 경품을 차등 지급 받는 '금괴를 모아라' 이벤트를 연다. 경품은 30~500위안 씨트립 상품권과 통화비다. 신규 고객에게는 선착순으로 알리페이 머니인 홍빠오와 씨트립 상품권을 지급한다. 중국인 관광객의 결제 편의를 위해 중국 모바일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고 페이백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3사의 공식 웨이보 계정에 게재된 광군절 행사 포스팅을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씨트립 상품권, 통신비, 홍빠오 등을 제공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광군절 이벤트가 향후 중국인 관광객 복귀의 신호탄이 되도록 숫자 '11'을 활용한 이색 프로모션 등 여행·쇼핑에 실질적인 혜택을 많이 준비했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도 오는 11일까지 댓글 이벤트를 통해 적립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같은 기간군절 기념 경품 증정 행사도 진행한다. 광군절을 기념해 100명에게 투니우 상품권과 롯데 시그니엘 숙박권, 롯데호텔 라센느 뷔페권 등 다양한 경품을 증정한다. 롯데인터넷면세점 중문페이지 신규 회원 가입자는 신규 회원 적립금인 11달러에 광군절 쇼핑적립금 11달러까지 총 22달러의 적립금을 제공한다.
두타면세점은 두타인터넷면세점 중문몰에서 오는 11일까지 매일 오전 11시 11분부터 선착순 1111명에게 쇼핑 적립금 11만1111원을 지급하는 대대적인 광군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 기간 내 1000달러이상 구매고객 대상 추첨을 통해 100~1000위안 시트립카드 등을 증정한다. 내국인 고객 대상으로도 11일까지 매일 오전 11시 11분 1111명에게 선착순으로 11만1111원의 적립금을 제공한다. 이벤트 기간 동안 500달러이상 구매고객 대상 추첨을 통해 커피 기프티콘도 증정한다.
갤러리아면세점도 중국인 대상 온라인면세점에서 적립금 행사와 즉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11월 한달간 유니온페이로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결제금액에 따라 즉시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신라면세점은 오는 10일까지 적립금 60달러를 지급하는 사전 행사를 하고 광군제 당일에는 더 큰 액수의 적립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커머스업계도 다양한 할인 행사로 중국 관광객 맞이에 분주하다.
이베이코리아에서 운영하는 G마켓 글로벌샵(영문·중문샵)은 광군제를 맞아 오는 12일까지 '메가G(MegaG)' 할인 행사를 연다. 100여개의 핫딜 상품과 할인쿠폰, 배송비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최근 한·중 사드 갈등 봉합에 따른 해빙무드에 대비해 지난해 프로모션 대비 딜 상품을 30%가량 늘렸다. 화장품 브랜드 20% 할인과 리빙·유아동 브랜드 상품을 최대 63% 할인하며, 중화권에서 인기 있는 리빙브랜드 쉐프토프를 최대 65% 할인해 선보인다.
문지영 이베이코리아 글로벌사업실 실장은 "최근 한·중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 내 한국상품 소비심리 회복이 기대된다"며 "특히 올해는 보이밴드를 비롯해 K팝 상품들이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어 해당 상품군을 중심으로 상품 수와 혜택을 늘렸다"고 말했다.
11번가는 11일까지 7000여개의 할인 상품을 선보이는 '십일절 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오는 31일까지는 '십일절 전야제' 행사를 열고 다양한 할인 혜택과 경품을 제공한다. 11번가는 매일 7개 주요 카테고리 별로 20% 할인(최대 5000원) 쿠폰을 발급하고, 카드사 15% 할인쿠폰도 선착순 지급한다.
업계가 이처럼 중국의 쇼핑행사인 광군제 마케팅에 총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광군제 기간 매출이 연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직접판매(역직구)액은 2014년 3188억원, 2015년 8617억원, 지난해 1조7913억원으로 연평균 139% 늘었다. 매년 광군제의 영향으로 4분기 판매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5854억원으로 매년 연간 판매액의 30~40%를 차지했다. 전체 해외직접판매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지난해 광군제 행사 하루 동안 전 세계 거래 총액은 3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광군제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2479억위안(42조원), 택배 물동량만 약 11억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광군제 하루 전인 10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로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여행 금지 조치 해제 등 교류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