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특검, 증거 '짜깁기' 논란 서증조사 첫날부터 '삐그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4차 재판이 2일 오후 2시 서울고법에서 열린 가운데 변호인단이 특검이 증거를 임의대로 편집했다며 짜깁기 의혹을 제기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의 있다. 특검의 PPT 자료에 증거 보류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장상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건지 특정하라."(박주성 검사)

"(특검에서) 더 잘 알지 않느냐?"(장상균 변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4차 재판에서 특검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가 '짜깁기'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서증조사 첫날부터 잡음이 일었다.

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4번째 재판이 열렸다. 지난 3회차 재판까지 항소 이유를 비롯해 핵심 쟁점에 관한 요지를 담은 프레젠테이션(PPT)을 진행한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에서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재판 초반, 특검이 제출한 증거신청서 채택 과정에서부터 과열 양상을 보였다.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서증조사에 앞서 재판부에 "특검이 제출한 의견서를 살펴보니, 변호인 측에서 증거 의견을 보류한 내용이 캡처돼 있다"며 "특검은 증거 채택 여부가 확정된 후에 해당 증거에 관한 서증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특검 측 박주성 검사는 "엊그제 증거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변호인 측에도 사본을 전달했다"며 "해당 증거는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통화내역, 전화번호, 이재용·최순실과 통화내역 등으로 통신영장을 통해 취득한 객관적인 증거다"며 "이 부분에 관해 변호인단에서 증거 의견을 보류했지만, 충분히 증거로써 채택이 가능한 것이라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팽팽한 줄다리기는 재판부가 해당 증거에 관한 채택 여부를 다음 기일로 미루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특검 측 서증조사가 시작된 지 30여 분도 채 안 돼 변호인단이 증거 '짜깁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재점화됐다.

박 검사의 서증조사를 지켜보던 장 변호사는 "특검이 오늘 증거채택이 보류된 내용을 PPT에 고스란히 반영해 서증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특검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통화내역을 토대로 삼성 승마지원의 시발점이 '부정한 청탁'이라는 주장을 폈다.

특검이 제시한 증거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 박 전 사장은 장 전 사장과 회의를 하기 직전 김종 전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게 승마지원과 관련해 경과보고를 했다. 같은 시기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이재용 부회장 인사', '박상진' 등의 워딩이 기재돼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청탁의 '연결고리'가 명확해진다는 게 특검 측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 양측 간 공방이 과열되자 지금과 같은 서증 조사 방식은 곤란하다며 앞으로 양측 모두 증거를 제출하고 요지와 입증 취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특검이 제시한 PPT 자료에서 '이 부회장의 전화번호'라고 특정한 휴대전화 끝 네 자리다. 특검은 비슷한 시기 장 전 사장의 통화 내역에 포함된 해당 특정 번호를 "이 부회장의 휴대전화번호"라고 단정한 것을 두고 변호인단은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보류된 증거들이 주로 이 부회장의 전화번호와 관련된 것임에도 특검은 장 전 사장과 통화한 것으로 돼 있는 특정 전화 번호를 '이 부회장의 휴대전화 번호'라고 단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실제로 누가 사용한 휴대전화인지 여부에 관해 검증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 부회장이 장 전 사장과 통화를 했다'고 못박았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이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박 검사에게 "PPT의 이미지가 원심에서 채택된 증거를 그대로 캡처한 것이 맞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박 검사는 "(변호인 측이) 이 부회장의 휴대전화 번호와 관련한 부분에 민감한 것 같다. PPT 내용은 (원심에서) CD로 제출된 증거 일부를 편집한 것으로 이 부회장의 번호라고 나와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박 검사의 답변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증거로 채택된 CD에도 문제가 된 특정 번호에 '이재용 전화번호'와 같이 표기 나와 있느냐는 것이다"며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고, 박 검사가 "그건 아니다"고 답하자 정 판사는 "그러면 왜 없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냐"며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재판은 항소심이다. 지금과 같은 서증 조사 방식은 곤란하다"며 "앞으로 양측 모두 증거를 제출하고 요지와 입증 취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라"고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증거 짜깁기' 논란으로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날 변호인 측의 서증 조사는 결국 재판 종료 때까지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서증조사를 오는 16일 재판에서 마저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항소심 5차 공판은 오는 9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은 변호인 측이 증인 신청한 강기재 삼성전자 과장과 남찬우 문체부 서기관에 관한 신문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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