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케아 고양점 가보니 '가구전문점' 맞아? 다른 것도 '다있소'

가구공룡 이케아가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에 국내 2호점을 열었다. 24일 고양점 매장이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고양=안옥희 기자

[더팩트│고양=안옥희 기자] "가구 사러온 게 아니라 쇼룸 구경하고 레스토랑 음식 먹어보려고 왔어요."

24일 이케아 고양점에서 만난 대학생 이 모 씨는 친구와 함께 이케아에 '놀러왔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케아에 오기 전 꼭 사야할 것, 먹어봐야할 것들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봤다"며 "가구뿐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도 팔고 레스토랑, 카페도 있어서 친구와 놀러오기 좋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스웨덴 기업인 '가구공룡' 이케아가 지난 19일 경기 고양시에 국내 두 번째 매장인 이케아 고양점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취재진이 찾은 날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쇼룸, 푸드코트, 어린이 전용 놀이공간 등 매장 곳곳이 방문객들로 붐볐다. 방문객층은 젊은층과 유아동을 동반한 가족단위가 주를 이뤘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온 주부 박 모 씨는 "딸이 가자고 해서 유명한 가구점으로 알고 왔다. 매장 규모도 크고 가구 말고도 다른 볼거리가 많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가구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침구류, 주방·욕실용품 등 2만여 개에 달하는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케아 스웨덴 푸드 마켓' 코너를 통해 스웨덴산 육류·해산물·초콜릿·스낵 등 식품까지 팔고 있다.

이케아는 가구 뿐 아니라 생활용품, 푸드코트, 식품매장까지 갖추고 있다. 쇼핑을 마친 방문객들이 푸드코트와 카페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안옥희 기자

'가성비'가 높다고 소문이 난 푸드코트(레스토랑)는 이케아에서 반드시 들러야하는 필수 코스가 된지 오래다. 푸드코트 규모가 다른 창고형 할인매장보다 큰 편이지만, 이날 몰려든 인파에 좌석은 거의 꽉 차 있었다. 주문을 하기 위한 대기 줄엔 방문객 30여 명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케아 고양점은 5만2199여㎡ 규모로, 지하 3층~지상 4층 건물로 구성됐다. 단일 매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압도적인 규모 탓에 하루 안에 매장 곳곳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진이 빠진다는 말도 나온다.

현행법상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인 대규모 종합유통업체는 자정(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이 제한되며, 매달 일요일 두 차례 의무 휴업을 해야 한다. 대자본을 앞세운 '유통 공룡'들로부터 소상공인,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29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같은 대형쇼핑시설의 의무휴업 내용이 포함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뿐 아니라 스타필드 하남, 롯데몰 등 대기업 계열의 복합쇼핑몰에도 매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이 도입된다.

하지만 '가구 전문점'인 이케아는 쉬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의무휴업 적용 대상을 매장면적 3000㎡ 이상 대규모 종합 유통업체로 국한했기 때문이다. 이케아 고양점은 영업면적 5만2199㎡, 연면적 16만4000㎡로 광명점 13만1550㎡보다 25% 가량 넓지만, 유통산업발전법상 쇼핑몰이 아닌 가구 전문점으로 분류돼 있다.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되는 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유통산업발전법상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유통업계는 이케아가 사실상 복합쇼핑몰과 다름없다며, 이케아 규제 배제는 역차별이라는 반응이다. /안옥희 기자

'카테고리 킬러'(특화된 전문매장)로 불리는 이케아는 실질적으로 가구 뿐 아니라 생활용품, 푸드코트, 식품매장까지 갖춘 사실상의 복합쇼핑몰이지만, 가구 전문점으로 분류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케아 고양점의 경우 패션 아웃렛을 기반으로 식품·리빙분야를 강화한 롯데아울렛과 함께 입점해있어 사실상 복합쇼핑몰과 다름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유통업계는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이케아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케아와 3km 거리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점을 먼저 개점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이케아는 왜 쉬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에게 이케아 규제 관련 형평성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상당수는 영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반응이었다. 고양시 덕양구에서 온 직장인 서 모 씨는 "이케아에 가구만 사러오는 게 아니다. 복합쇼핑몰과 다름없는데 이케아만 규제에서 배제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 모 씨도 "이케아 생기기 전엔 일산이나 파주 가구단지로 가구를 보러갔다. 소상공인 보호 차원에서라도 의무휴업 적용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이케아코리아는 월 2회 휴무일로 정하는 대형마트 등과 달리 연 2회(설날·추석 당일) 만 휴업하고 있다. 이케아 측은 의무휴업과 관련, 국내 법과 규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복합쇼핑몰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의무휴업일 규제는 복합쇼핑몰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이케아는 홈퍼니싱이라는 특정 분야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다른 대형 유통사들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고양가구단지 가구 소상공인들은 6.5km 내 이케아 고양, 8.9km 내 스타필드 고양 등 대형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면서 상권 잠식을 우려하고 있다. /구글 지도

규제의 칼날을 피해간 이케아는 오는 2020년까지 기흥, 계룡 등 6개 점포를 개설하며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이케아의 국내 2호점인 고양점 개장에 따라 골목상권침해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양시 지역에는 중소 가구 브랜드를 포함한 가구 브랜드 300여개가 밀집해 있다. 매출 감소, 상권잠식 등 피해 우려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5년 '이케아 1호 광명점 개점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명시 소상공인 55%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평균 31% 감소했다고 응답해 이케아가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인들은 영업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케아의 정부 규제 배제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화두로 부각됐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점을 악용해 골목상권에 진출,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케아를 두고 골목상권 침해와 규제 형평성 논란이 커지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의 육성과 보호를 위해 가구 등 대규모 전문점에 대한 영업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케아뿐 아니라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다이소 등 대규모 전문점의 통계자료를 확보하고 내년 2월 연구용역을 거쳐 필요하면 규제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골목상권 침해와 규제 형평성 논란이 커지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의 육성과 보호를 위해 가구 등 대규모 전문점에 대한 영업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사진은 이케아 고양점 전경. /안옥희 기자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이케아 의무휴업 배제로 인한 복합쇼핑몰과의 규제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손을 대겠다는 의미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케아도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케아에 대한 규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규제보단 상생방안 마련이 현실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케아 고양점 인근의 한 가구점 사장은 "이케아는 사실상 복합쇼핑몰이라 영업규제가 필요하지만, 외국기업이라 WTO(세계무역기구) 문제가 얽혀있어 규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케아가 상생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이케아가 외국계 기업이라 WTO 제소 문제 등이 있어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은 산업부와 협의를 통해 관련 법령을 조금 더 확인을 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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