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LG·LS·SK 돈독한 '형제애'…'밀어주고 끌어주고'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왼쪽)과 차남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최근 보유 중인 예스코 지분 일부를 동생 고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자손들에게 증여했다. /각 사 제공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계 내 경영권을 둘러싼 대기업 총수일가의 불협화음으로 크고 작은 이슈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형제간 돈독한 우애로 '형제 경영'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대기업들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우애경영'의 표본으로 꼽히는 범LG가의 경우 지난 2003년 LG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LS·GS그룹의 계열 분리 이후 십여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큰 잡음 없이 그들만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들의 '형제애'는 현재진행형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차남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최근 보유 중인 예스코 지분 3.6%(21만3343주)를 동생 고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자손들에게 증여했다.

고 구 명예회장의 삼남이자 국내 비철금속산업의 선구자로 꼽힌 구자명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자홍 회장은 예스코 지분 11만4600주를 구 전 회장의 장남이자 조카인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사업본부장(전무)의 자녀 소영·다영 씨에게, 5만6249주는 구 전무의 여동생 구윤희 씨에게 증여했다. 구자엽 회장은 소영·다영 씨에게 각각 1만4170주를, 윤희 씨에게는 1만4154주를 증여하며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자손들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범LG가의 '화합 코드'는 지난해 구 전 명예회장의 빈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마지막 창업 1세대의 빈소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 허용수 GSEPS 대표이사 등 일가가 빠짐없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역시 돈독한 '형제애'를 자랑한다. 최신원 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차남으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 형이다. 최신원 회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창업주가 지난 1953년 설립한 선경직물을 근간으로 SK그룹에서도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2014년 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의 제117기 사관후보생 임관식에 참석, 동생의 빈자리를 대신해 집안 맏형으로서 조카의 임관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더팩트 DB

'변화와 혁신을 기반으로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최태원 회장의 딥체인지(근원적 변화·Deep Change) 전략을 토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SK의 '사촌 경영'은 지난해 SK네트웍스의 생활가전 렌털업체인 동양매직 인수 등 신정장 동력 확보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의 '우애'는 그룹의 위기 속에서 빛났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기인 지난 2013년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 최종건 SK 창업회장 40주기 기념식' 당시 추모사에서 "선대에서 '형제경영'을 통해 그룹의 발전을 이뤘듯이 우리 형제들도 이러한 전통과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시련을 극복해나갈 것"이라며 형제애를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최태원 회장의 차녀 민정 씨가 대기업 오너 자녀 가운데 최초로 군장교의 길을 걷는 시발점인 '제117기 사관후보생 임관식'에서 최신원 회장은 동생의 빈자리를 대신해 '집안 맏형'으로서 조카의 임관을 축하하고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SK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사촌 형제들의 사회공헌 활도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2007년 가장 먼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이후 최태원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3형제도 올해 1~3호 회원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각 계열사의 중대안을 비롯해 그룹 전반의 경영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과 같은 외적인 부분에서도 형제간 의견을 공유하는 등 늘 '화합'을 강조한다"며 "올해 초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을 비롯해 기업의 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최고경영진들의 사례는 상생과 화합을 근간으로 하는 그룹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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