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편' 제주공항면세점, 입찰경쟁 다시 불붙나?

지난 20일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롯데, 신라, 신세계 등 기존 주요 면세점 사업자들 외에도 현대백화점, 두산, 스위스 듀프리, 부산, 에스엠, 시티플러스 등 10여개 업체가 참석했다. /더팩트DB

[더팩트│황원영 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에 따른 매출 감소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제주국제공항면세점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예년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지만 한국공항공사가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방식을 변경한 데다 향후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될 수 있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계 역시 이번 입찰 조건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롯데, 신라, 신세계 등 기존 주요 면세점 사업자들 외에도 현대백화점, 두산, 스위스 듀프리, 부산, 에스엠, 시티플러스 등 10여개 업체가 참석했다. 당초 제주국제공항면세점 입찰에 나서는 사업자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왔으나 의외의 흥행을 기록하게 됐다.

앞서 한화갤러리아는 적자 누적으로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사업권을 조기 반납하기까지 했다. 당초 2019년 4월까지 제주국제공항면세점을 운영키로 했으나 중국 관광객 감소로 적자 누적이 심화돼 월임대로(21억 원)을 내지 못할 정도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후 제주공항점 월 매출액은 17억~19억 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제주공항 입국객은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크게 감소했다. 올해 1~8월 기준 제주공항 입국 외래관광객은 총 38만876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2%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 업체가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데 대해 업계 내에서는 이번 입찰 조건이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국제공항면세점 입찰공고를 내면서 업황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지는 영업요율(매출액 대비 임대 수수료의 비율) 방식을 제시했다. /더팩트DB

한국공항공사는 면세점 입찰공고를 내면서 업황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지는 영업요율(매출액 대비 임대 수수료의 비율) 방식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최소보장금액 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해왔으나 관광객 감소로 영업 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을 감안해 조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는 기존 '최고가 입찰제'에서 '최고 영업요율 입찰제'로 변경된 기준에 따라 선정된다. 기존 공항면세점 고정 임대료가 영업요율로 환산할 경우 30%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제주공항 면세점 최소 영업요율(20.4%)은 10%포인트 이상 낮다.

임대료 산정 방식이 영업요율로 변경되면 매출 규모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드 보복과 같은 대외 변수가 작용할 때 안게 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공항공사 역시 매출 상승시 임대료가 올라가 도움이 된다.

여기에 면세점 입찰 참여에 대한 공사의 방침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공항공사는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에만 입찰 기회를 주겠다고 앞서 밝힌 바 있다.

또한, 향후 사업 가치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공항은 지방공항 중 가장 이용객이 많은 데다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면 제주공항 면세점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매장 오픈 후 초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할 수 있으나 향후 외래관광객 수가 늘면 매력적인 사업장이 될 것"이라며 "개선된 수수료 체계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 3위인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제주국제공항면세점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더팩트DB

단, 면세점 설명회에 참석한 모든 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현재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기존과 달라진 입찰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했을 뿐 입찰에 참여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고, 신규사업자인 두산과 현대백화점 역시 지방공항 면세점까지 뛰어들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의 경우 지난 2분기 1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다 현재 면세점 선정 비리에도 휘말려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서울 시내 면세점 개장을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연기한 상황에서 지방 공항 면세점 사업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면세점 2, 3위인 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이 제주국제공항면세점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면세점 운영 경험이 많은 신라면세점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점 임대료를 두고 협상하고 있고, 서울 강남 삼성동 코엑스 롯데면세점 재입찰도 앞두고 있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달라진 입찰 절차와 정보 파악을 위해 참석한 기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면세점은 대외 환경 개선 시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이므로 긍정적인 전망으로 접근하는 사업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사업자 선정에 나서는 매장은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장에 위치해 있으며 1112.80㎡(면세 매장 409.35㎡) 규모다. 임대기간은 5년으로 입찰 기간은 다음달 6일 오후 4시까지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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