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2년여 동안 제대로 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지 못했던 삼성이 올해 예년보다 빠른 인사를 예고한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주가 세대교체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용퇴를 선언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후임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서는 매년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단행, 이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차례로 진행에 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공백에 이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부재, 권 부회장의 퇴진 선언 등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13일 권 부회장의 자진 사퇴 선언 이후 삼성에서도 "정확한 인사시기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과 비교해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고한 바 있다.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에서 올해는 11월에 사장단 인사를 시행하지 않겠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일각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재와 더불어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제동이 걸린 오너십에 대한 우려, 인사적체에 관한 회사 내부의 불만 등을 근거로 '10월 인사'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워싱턴 경제 클럽'에 참석해 "(이 부회장의 유죄판결은) 비극이다"며 "장기적으로 이 부회장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역시 지난 8월 독일 '국제가전전시회(IFA) 2017' 개막을 하루 앞두고 베를린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삼성을 일군 오너십 없이 사업구조 재편이나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오는 31일 삼성전자의 이사회가 예고돼 있다는 점 역시 조기 인사 가능성을 높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의 상황은 지금까지 전례를 단 한 번도 찾을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다"며 "특히, 총수 대행 역할을 맡아 온 권 회장의 사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권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후임자를 낙점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이사회 당일 또는 그 전일에 후임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권 부회장으로부터 디지털솔루션(DS) 부문장 바통을 이어받을 후보로는 지난 2015년 반도체 부문에서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로 자리를 옮긴 전동수 사장,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등이 언급되지만, 업계 안팎에선 권 부회장의 직속라인인 김기남 DS부문 반도체사업총괄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