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는 국내 재건축 시장 특급 '대물'로 꼽히는 강남권 아파트 수주공사를 따내기 위한 대형 건설사 간 경쟁이 뜨거운 이슈였는데요. 십수 년 동안 '때'만 기다린 개포, 반포, 잠실 등 강남권 노른자 지역의 경우 우리나라의 부촌 지도를 새로 그릴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수주 회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이 가운데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의 시공사가 지난 15일 낙점됐는데요. GS건설과 롯데건설 간 양자 대결 구도의 뒷이야기가 풍성합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이른바 '평택항 에디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아우디폭스바겐의 할인판매 이슈, 하이트진로 노조의 전면파업 등 한 주 동안 이목이 쏠렸던 주요 이슈 속에 숨겨진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시죠.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의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이철영·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로·이성락·서민지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간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서재근 기자] -최근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서는 재건축 이야기가 최대 관심사로 꼽히는데요. 특히, 최근 시공사가 낙점된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의 경우 반포주공1단지와 더불어 특급 '대어'로 꼽혔죠. 특히, GS건설과 롯데건설이라는 대형 건설사 간 치열한 경쟁 구도가 세간의 관심에 더욱 불을 지폈는데요. 자세한 뒷얘기가 궁금합니다.
◆ 롯데건설, 한신4지구 수주할 줄 알았는데…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와 함께 올해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혔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의 시공사가 지난 15일 선정됐습니다. GS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는데 막판까지 알 수 없었다고요?
-네, 한신4지구 수주전에서 GS건설이 시공권을 가져간 것은 놀랄 만한 일은 아닌데 롯데건설의 강력한 수주 의지와 적극적인 홍보로 승부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GS건설은 재건축 시장에서 '자이'라는 막강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반포주공1단지와 미성·크로바 수주전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죠. 여기에 클린 경쟁을 선언하면서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밀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현장 분위기도 롯데건설 쪽으로 흐르는 듯했습니다. 총회장에는 건설사 관계자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GS건설과 롯데건설 관계자들은 모두 밖에서 숨죽이며 결과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총회가 시작되자 총회장 현관 앞에는 롯데건설 관계자들로 가득했습니다. 수주전 승리를 대비해 미리 자리를 맡는 모습이었죠. 일부 롯데건설 OS(outsourcing)요원은 롯데건설 로고가 박힌 어깨띠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또 한 OS요원은 롯데건설 관계자에게 "미리 축하드릴게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습니다. 현장 분위기만 보더라도 롯데건설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고 롯데건설이 승리했다는 기사를 미리 써 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롯데건설이 승리를 자신했던 이유는 부재자 사전투표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신4지구 부재자 사전 투표는 12일까지 사흘간 진행했습니다.
-이날 총회에서 공개된 투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2925명 중 1905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습니다. 롯데건설은 사전투표에서 1068표를 얻어 823표를 얻은 GS건설을 앞섰습니다. 당시 롯데건설은 자체 조사를 통해 부재자 사전투표에서 앞섰다는 것을 인지했을 겁니다.
-하지만 총회 투표에서 롯데건설은 150표를 얻는 데 그쳤고 GS건설은 536표를 얻었죠. 그결과 GS건설이 1359표로 1218표를 얻은 롯데건설을 141표 앞서면서 역전하게 됐습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총회장을 둘러싸던 롯데건설 관계자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자리는 GS건설 축하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롯데건설은 수주전에서 패한 것도 뼈아픈데 '노 쇼(No Show·예약 부도)' 논란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죠?
-네, 한신4지구는 롯데건설 본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도 안될 정도로 인접해 있습니다.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아쉬움이 많이 남을 법합니다.
-수주 실패의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16일 SNS에서는 롯데건설 '노 쇼' 논란이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과천의 한 식당 주인이 '#사고한번치셨습니다', '#400명노쇼', '#같은회사에3번째', '#손배소해야할까', '#오늘나건들면터질라' 등의 해시태그와 텅 빈 식당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한 것이 순식간에 이슈가 됐죠.
-취재 결과 노 쇼를 한 회사는 롯데건설이었습니다. 당시 수주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식당을 예약해 둔 건데요. 그런데 수주 실패로 예약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미리 음식을 준비한 식당 주인은 아쉬움과 분노 때문에 해당 게시물을 올리게 된 겁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식당 주인에게 미리 60만 원의 보증금을 걸었고 이후 4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면서 원만히 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롯데건설로서는 한마디로 '국 쏟고 발 덴' 꼴입니다.
◆ 아우디폭스바겐 평택항 에디션, 50% 할인 가능성도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다수 언론에서 평택항에 묶여있는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이 40% 할인 가격에 판매될 것이란 이야기가 많죠?
-네. 지난 2015년 9월 배출가스 조작 논란으로 큰 충격을 준 아우디폭스바겐이 대대적인 리콜과 환경부 인증 절차를 거치고 있습니다. 현재 아우디 A6, Q7, 폭스바겐 티구안, 파사트 등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10개 차종, 21개 모델은 환경부의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통과해 재판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아우디 10월, 폭스바겐이 11월에 재판매를 시작할 것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엔 재판매 시점보다 평택항에 방치돼 있는 일명 '평택항 에디션'에 더 큰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평택항에 있는 5000여대 차량은 길게는 2년 가까이 눈, 비, 바닷바람에 방치된 상태입니다. 때문에 최근엔 재고 차량이 40% 할인된 가격에 매물로 나올 것이란 루머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할인 판매 외에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막기 위해 일반 소비자가 아닌 직원 판매 또는 렌터카를 이용한 법인 판매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도 있죠. 최근엔 수입차 딜러들 사이에선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시장에 나올 것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과거 아우디에서 근무했던 한 수입차 딜러는 <더팩트>에 "딜러들 사이에선 연식이 2년 된 차들은 중고차사업부로 넘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 차들이니만큼 중고차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인도하겠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렇게 되면 할인율은 50% 이상이 될 것이란 게 전직 아우딜 딜러의 설명입니다. 그는 "수입차 같은 경우 2~3년이 지나 중고차 같은 경우 가격은 50%정도 떨어진다. 평택항에 있는 차들은 운행 기록이 전혀 없어 눈과 비를 그대로 맞았기 때문에 업계에선 50%가 넘는 할인 가격으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 같은데요.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직접 현장에서 뛰는 관계자의 이야기기 때문에 아주 신빙성이 없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에 문의를 했는데 가능성이 아예 없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관계자는 "미디어에서 여러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그룹 내부적으로 판매시점, 평택항 재고 차량 처리 등을 모두 논의하고 있다. 아직 어느 것도 정확하게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연식이 오래된 평택항 재고 차량이 중고차사업부로 넘어 간다는 이야기에 대해 계속해서 문의하자 그는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어 '맞다', '아니다'라고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면서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 노사 불협화음 '급한불' 끈 하이트진로, 공장 매각은?
-하이트진로가 파업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장 매각 등 내부적으로 힘든데 어떻습니까.
-하이트진로가 전면파업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노조원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물꼬가 트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트진로 노사가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유가 임금인상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노조 측에서 임원사퇴 요구가 협상을 어렵게 했다는 것 같던데요.
-노조 측에서는 임원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게 '임원'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조 측에서는 협상에 나선 사측 노무 관계자를 이야기한 것인데요.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당사자 이름을 거론하기가 곤란해서 '임원'으로 한 것입니다. 또, 노조 측은 공개적으로 퇴진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한 내용인데 이게 알려지며 외부적으로 비판을 받게 되면서 노동자들이 일선으로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노조 측은 왜 그 사람의 퇴진을 요구한 것인가요. 협상 과정 중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 보군요.
-퇴진 요구를 받은 당사자는 외부에서 온 노무사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아무래도 외부에서 와서 그런지 하이트진로 노조 문화를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들도 퇴진을 요구받은 당사자가 노무사로 책임감이 강했던 것 같아 약간 무리해서 협상을 했다고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하이트진로 노조는 장기근속자가 많고 애사심이 상당합니다. 하이트진로 노사 문화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당사자가 이런 문화를 잘 몰라서 강경하게 나갔고, 노조 측은 당황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후에 노사가 좋은 분위기로 협상하면서 20일 임금 4% 인상에 합의하고, 21일부터 현장에 복귀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맥주 매출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하이트진로인데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네요. 참, 하이트진로가 공장 매각에 나섰는데 어떤가요.
-주류업계에서도 하이트진로 공장 매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모 기업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맥주 사업을 포기한다'고까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이 기업의 기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하이트진로 관계자도 무척 불쾌해했습니다.
-하이트진로 공장이 여섯 개인데 아직 어디 공장을 매각한다고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추정되는 곳이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내년 상반기에 결정될 것 같습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에 따르면 한 업체가 매수를 위해 입질을 좀 한다고 합니다.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매력을 가질 수밖에 없기는 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이트진로 공장의 경우 단순히 주류 생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음료 등도 생산가능해 유통업계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 다이소 문구 판매 논란, '정당방위' or '역차별'?
-문구업계도 요즘 말이 많은 것 같던데요. 생활용품전문점 다이소의 문구 판매가 도마에 올랐죠.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고요.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사)한국문구인연합회,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이 최근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실태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단체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다이소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문구점 92.8%가 답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며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이슈가 됐습니다.
-다이소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문구를 파는데 다이소가 직접적으로 지목됐으니 말입니다.
-다이소는 문구업계에서 발표한 자료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유는 3대 단체 중 알파 관계자가 대표로 있는 협회가 두 곳이기 때문입니다. 알파도 다이소가 자신들을 배후로 지목했다는 것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사실 다이소나 알파 모두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국감에서 다이소 문제가 거론됐으니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당장 다이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은데 문구업계와 관계 개선하는 게 나을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분위기로는 문구 관련해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함께 영업일수 제한 같은 조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다이소 입장에서는 제재가 시작되면 좋을 것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다이소 총 매출이 1조3000억 원 중 문구 비중이 500억~600억 원 정도입니다. 다이소도 이를 고려한 탓인지 정치권의 움직임을 살피느라 분주한 상황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이소의 반응 확인차 전화통화를 했는데 국감장에 나가 있었습니다.
-문구업계도 다이소도 법률적 제재보다는 협의를 통한 조정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알파나 문구업계는 다이소와 상생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19일에도 문구업계 관계자가 전화로 "혹시 다이소에서 상생 협의에 나설 것 같은가요"라며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다이소 관계자도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규제보다는 협의가 낫다는 방향에는 크게 이견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유통법에 따른 규제를 놓고 역차별 논란이 있었는데 문구업계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모쪼록 원만하게 상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