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구회=장병문 기자]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을 대신해 김병열 GS칼텍스 사장이 국감 증인으로 나섰지만 '증인 하향채택'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애초 정무위는 GS칼텍스의 일감 몰아주기를 지적하기 위해 허진수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결과적으로 김병열 GS칼텍스 여수공장 사장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오너일가의 배를 불리는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월급 받는 전문경영인이 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9일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한국공정거래조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진수 회장을 대신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열 사장에게 "GS그룹은 허 씨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왕국이라는 말이 있는데 전문 경영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소신껏 발언하는 데 불편함도 있을 것"이라고 첫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김병열 사장은 "회사의 경영진으로서 항상 회사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찬대 의원은 "전문경영인의 답변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GS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할 수 있는 분은 허 씨 일가를 대표하는 GS그룹의 총수"라면서 증인 하향채택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박찬대 의원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 허진수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전문경영인인 김병열 사장으로 바뀌었다.
박찬대 의원은 GS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기사를 소개하면서 "재벌 지주사 체제 밖 일감 몰아주기 감시대상 기업(총수 일가 사익편취)은 모두 28곳인데 이 중 GS그룹이 14개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찬대 의원은 GS그룹의 시스템통합전문회사 GS아이티엠을 일감 몰아주기 핵심 계열사로 지목했다.
박찬대 의원은 "GS아이티엠은 총수 일가 17명이 지분 80%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와 GS칼텍스는 매년 200억 원이 넘는 계약을 맺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이 80%가 넘고 연간 200억이 넘는 계약은 사실상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제도에 따라서 일감 몰아주기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GS아이티엠과의 거래가 적절한가"라고 물었다.
김병열 사장은 "대기업들은 보안이나 안전, 신뢰성을 이유로 계열사에 맡기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찬대 의원은 '대기업들이 가격 공정성을 따지기 어려운 SI업체(시스템통합업체)를 만들어서 일감 몰아주며 회사를 키우고 있어 IT강국인 국내에서 세계적인 SI업체가 나오지 못한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교수 시절 발언을 인용했다. 이 자리에 있던 김상조 위원장은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찬대 의원은 "GS칼텍스가 GS아이티엠과 거래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설명해야 하는데 GS아이티엠은 그냥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다. 누가 보더라도 총수 일가를 위한 회사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김병열 사장은 "지난 2012년 GS칼텍스가 GS아이티엠과 거래한 금액이 522억 원이었고 지금은 200억 원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 가능하면 (내부 거래) 비중을 줄이고 거래 형태도 공개 입찰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대책을 꺼내놓았다.
끝으로 박찬대 의원은 "전문경영인이 (내부거래를 줄이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실천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만약 부당 거래와 관련된 일감 몰아주기가 근절되지 않으면 다음엔 반드시 전체 그룹을 대표하는 총수를 부르겠다"면서 내부개혁을 촉구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6월 공개한 '2016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사례 기업은 총 28곳으로, 이 중 절반인 14곳이 GS그룹 계열사였다.
계열사별 내부거래율을 보면 보헌개발이 97.73%, GS아이티엠 78.84%, 승산 42.67%, 옥산유통 32.28%, 엔티타스 29.75%, GS 25.35% 등이다.
GS그룹의 여러 총수 일가 구성원 중에서 허진수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GS칼텍스의 내부거래율이 가장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6734억1000만 원으로, 전년도 4868억4100만 원보다 38%가량 급증했다.
GS칼텍스의 내부거래와 오너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이 공정위의 지적에 이어 국감에서 다뤄진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