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광폭 행보' 현대차 슬럼프 분위기 쇄신 담금질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국내외 모두에서 활발한 스킨십 경영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 부회장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 연일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며 분위기 쇄신을 위한 담금질에 여념이 없다.

국내에서는 신차 '홍보맨'을 자처하고, 국외에서는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스킨십에 나서며 친환경차를 비롯한 미래 신성장 먹거리 창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정 부회장의 쉼 없는 강행군이 한동안 부진에 빠졌던 현대차의 위기 극복 원동력이 될지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8일 현대차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전날(17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업체 모빌아이의 창업자 암논 샤슈아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했다. 모빌아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차량용 카메라, 센서 등을 공급하고 있다.

ADAS 기술은 현대차뿐만 아니라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로 이번 면담도 현대차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최근 신차 '코나' 발표회에서도 "관심 있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며 "시스코와 바이두, 우버 등 ICT 업체와 상당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고 공언하는 등 신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오는 2020년까지 4단계의 고도 자율주행차, 2030년에는 5단계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 역시 ICT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 부회장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7월 중국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정 부회장은 17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업체 모빌아이의 창업자 암논 샤슈아 CEO와 면담을 갖는 등 글로벌 인사들과 활발한 스킨십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실력자들과 스킨십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유럽 출장을 마친 이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글로벌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은 물론 글로벌 기업 CEO들을 만나 미래 산업 동향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7월에는 중국 충칭서 열린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해 충칭시 장궈칭 시장, 충칭시 천뤼핑 부시장 겸 량장신구 주임, 안성국 청두 총영사 등과 만남을 가졌고, 행사 직전에는 천민얼 충칭시 서기와 만나 중국 자동차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외에도 지난 3월에는 베트남에서 쩐 다이 꽝 주석을 만나 현지 투자 방안 등을 논의하고, 1월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기업 CEO 및 석학 들과 미래차 산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올해 국외 출장 횟수만 14차례에 달한다.

국내 행보 역시 활발하다. 올 들어 가장 파격적인 행보로 꼽히는 사례는 지난 6월 경기도 일산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치러진 '코나' 론칭 행사다. 현대차 최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상징성만으로도 '코나'에 쏠린 관심은 높았지만, 무엇보다 이날 행사에서 청바지와 '코나'라는 글귀가 새겨진 면티를 입고 '홍보맨'을 자처한 정 부회장의 깜짝 행보는 400여 명의 참석자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안팎에서도 화제로 떠올랐다.

국내 신차 출시 행사에 정 부회장이 참석한 것은 지난 2007년 기아자동차의 '모하비', 2012년 'K9', 2013년 현대차의 2세대 '제네시스(DH)',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들 모두가 현대기아차의 '플래그십' 모델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6월 경기도 일산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치러진 코나 론칭 행사에 직접 참석, 청바지에 면티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의 파격 행보가 현대차의 부진한 내수 시장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까지 국내는 물론 국외시장 모두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직접 신차 홍보에 나서 과거 '모하비' 성공신화 재현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의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은 실제로 회사 내수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7월 출시한 '코나'는 연일 최다 판매 실적을 갈아치우며 지난 8월에 이어 지난달(5385대)에도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만년 1위를 고수해 온 쌍용자동차의 '티볼리'를 제치고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코나'뿐만 아니라 최근 론칭한 제네시스 'G70'과 고성능 브랜드 'N' 등 대중모델에서 고급차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 걸쳐 공을 들이고 있다"며 "특히,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 기술에 필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적극적이고 활발한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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