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국회=황원영 기자] 그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생리대 발암물질 사태가 국감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를 둘러싼 핵심 인물들은 증인으로 출석해 생리대 사태를 둘러싼 책임은 물론 '배후 의혹'에 대한 집중적인 설전을 벌였다.
1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은 식약처의 늑장·부실 대응이 국민적 불신을 증폭시켰다고 질타했다.
이날 오후에는 생리대 위해성 문제를 제기했던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물론 김혜숙 유한킴벌리 상무이사, 최병민 깨끗한나라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참석해 복지위 소속 위원들의 집중 질의를 받았다.
특히, 유한킴벌리와 여성환경연대를 둘러싼 유착설을 놓고 여야가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일명 '생리대 사태'는 지난 3월 김 교수와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의혹을 제기하며 촉발했다. 당시 김 교수는 국내 시판되는 일회용 생리대 10종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여성환경연대는 '여성건강을 위한 여성용품 토론회'를 개최하고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실험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자리에 생리대 1위 업체 유한킴벌리 임원이 참석해 "유한킴벌리 제품은 안전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임원은 여성환경연대 이사진 중 1명인 것으로 알려져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날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한 10개 제품 모두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는데 김 교수는 유독 깨끗한나라 릴리안 제품만 언론에 공개했다"며 "이유가 뭐냐"고 김 교수에게 질의했다. 또한, 이 사무처장을 상대로 "여성환경연대는 홈페이지에 '릴리안 피해자 제보를 받겠다'는 안내글을 띄워 특정 제품 피해사례만 받는 등 석연치 않은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자료를 요구하는 언론에 10개 제품명이 포함된 내용을 전달했을 뿐 특정 제품을 언급한 적은 없다"며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그간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기자와 통화 내용 등을 증명하는 자료까지 들고 "현재 언론에 돌고 있는 제품명이 포함된 자료는 내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닐 뿐 배포한 자료가 일방적으로 이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 역시 "온라인커뮤니티와 언론에 특정 제품이 먼저 거론됐고 이에 대한 피해사례를 받았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상훈 의원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여성환경연대 소식지를 발간할 때 유한킴벌리가 자금을 지원했고, 이 사무처장은 물론 해당 단체 관계자들이 유한킴벌리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바 있다"며 유착설에 힘을 실었다.
김 의원은 또 "여성환경연대는 전체 생리대 부작용 피해자로부터 사례를 받지 않고 '1회용 생리대 릴리안 사용자 피해 목소리를 모집한다'며 특정 제품명을 거론했으며, 공개토론회 때 유한킴벌리 관계자를 먼저 섭외해놓고 토론회 하루 전 날 타 기업에 초청장을 보내 사실상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유착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실제 업계 내부에서는 여성환경연대가 시장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는 물론 LG유니참, P&G 등은 건드리지 못하고 시장점유율을 치고 올라오는 깨끗한나라만 문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이 사무처장은 "유한킴벌리는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섭외한 것"이라며 "공개토론회인 만큼 미리 홍보를 했고, 타 업체가 참석하지 않은 것 뿐"이라고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도 "김 교수는 녹색미래 이사장겸 공동대표를 맞고 있는데 녹색미래 전신은 새민재단이다. 새민재단 발기인이 유한킴벌리 문국현 전 사장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유한킴벌리로부터 후원을 받았고, 용역을 받아 연구한 김 교수 역시 유한킴벌리와 연관성이 있다"며 "유한킴벌리 임원이 여성환경연대에 참석하고 있는데 생리대 프로젝트를 주도한 여성환경연대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은 이해상충이다"고 비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김 상무이사는 "여성환경연대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있으며 사회공헌 차원에서 일한 것뿐"이라며 "이러한 실험이 진행된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조사가 완료된 2월이다. 안타깝게 경쟁사가 피해를 입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생리대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 상무이사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이번 논란이 유한킴벌리와 시민단체의 유착 관계에만 집중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회는 새롭게 생리대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 상무이사와 이 사무처장이 생리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 년간 노력해 온 데 대한 증언을 듣고 유착관계가 아닌 생리대 안전성 확보에 집중해주길 당부했다.
반면, 김상훈 의원은 "시민단체가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여성환경연대는 특정 기업의 후원을 오랫동안 받으며 시민단체의 역할을 넘어선 행동을 했다"며 "균형감을 잃은 불공정한 처사를 지양하고 제대로 된 시민단체의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유한킴벌리 역시 김 상무이사 국감 증인 출석과 관련한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여성환경연대와 당사 연관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사회공헌 담당 임원이 여성환경연대 무보수 이사로 참여한 바 있으나 오랫동안 기업이 수행해 온 사회공헌활동일 뿐 부당한 오해로 연결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유한킴벌리는 해당 루머를 과도하게 인터넷에 유포한 일부 당사자를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한편 국감에서는 류영진 식약처장의 자질논란이 불거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살충제 계란과 유해물질 생리대 논란에 대해 류 처장이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국민 불안만 키웠다"며 류 처장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