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울고법=서재근 기자] "항소심에서는 부디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법무법인 태평양 이인재 변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첫 재판이 12일 열린 가운데 삼성 측이 1심 판결에 관해 "증거재판주의 등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이 배제된 결과"라고 지적하며, 합리적 의심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를 토대로 법리적 판단을 내려줄 것을 호소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전 삼성 경영진 5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됐다. 변호인단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항소이유와 더불어 두번째 법정공방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쟁점에 관해 번갈아 가며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다.
양측 모두 각자 1심에서 공소사실 가운데 '무죄'와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관해 탄핵 의지를 드러내며 한 치의 양보 없는 기 싸움을 벌였다. 특히, 변호인단에서는 1심 재판부가 유죄의 근거로 제시한 '묵시적 청탁'이 잘못된 법리적용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항소심에서 새로 변호인단의 수장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인재 변호사는 "원심판결을 보면 정작 증거재판주의 등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이 슬그머니 미뤄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원심 재판부도 (삼성이) 수동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유리안 성과가 없었다고 판단했는데 어떻게 이 같은 일방적 관계를 정경유착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또 '최순실로부터 이재용이 말을 사준다 그랬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는 말을 들었다'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진술 등 일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간접적인 정황을 유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며 "간접증거, 정황증거에 의한 증명은 합리적일 때만 인정할 수 있음에도 (특검에) 유리한 정황증거로만 해석했다"면서 증거과 논리의 부재가 무죄의 근거라는 점을 역설했다.
변호인단의 불완전한 증거에 관한 '논리전'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한 PT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특히,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무면허 운전으로 기소된 가상 인물의 사례를 들며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이 증거가치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사례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A라는 사람이 무면허 운전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측에서 "A가 운전했다는 얘기를 C로부터 들었다"는 B의 진술을 증거로 제시했다면, 이는 전형적인 전문진술로 원진술자(C)의 진술의 신빙성을 밝힐 수 없다면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 현장에 없었던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제대로 기록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도 없다는 점, 수첩의 기재 내용이 대부분 주어와 서술어도 생략된 단어의 단순한 나열 수준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그의 업무 수첩도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의 증언은 전형적인 전문진술로 그 증거능력이 법률에 충족하지 못한다"며 "그의 진술이 증거 효력이 없다면, 업무수첩 역시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에게서 들었다는 진술 역시 본건 뇌물죄 구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그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없는 문건을 토대로 사실 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후 재판에서는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부정청탁 존재 여부를 두고 '변론→반론→재변론'의 순서로 PT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