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국경절 특수, 유통 업계 '중국 대신 동남아' 잰걸음

1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9만6000 수준으로 지난해 국경절(18만8000명)과 비교해 반토막났다. 해당 기간 롯데면세점 중국인 매출은 오히려 25% 감소했고 신라면세점 역시 10% 떨어졌다. /더팩트DB

[더팩트│황원영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포스트 차이나'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진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연중 최대 대목으로 꼽히던 국경절 특수가 실종되면서 유통업계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을 실감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1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9만6000 수준으로 지난해 국경절(18만8000명)과 비교해 반토막났다.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인이 60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해당 기간 롯데면세점 중국인 매출은 오히려 25% 감소했고 신라면세점 역시 10% 떨어졌다.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서 유통업계는 새로운 해외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가장 공격적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유통기업은 롯데그룹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글로벌 다양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 신 회장은 싱가포르에서 살림그룹 앤써니 살림(Anthony Salim) 회장을 직접 만나 오픈마켓 등 합작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살림그룹과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10일(현지 시각)부터 현지 온라인쇼핑몰 '롯데아이'를 공식 오픈한다. 롯데그룹과 살림그룹이 각각 50%씩 출자해 설립한 인도롯데 대표는 롯데그룹에서, 부대표는 살림그룹에 맡는다.

특히 인도네시아 온라인쇼핑몰 최초로 '몰인몰(Mall In Mall)' 콘셉트를 도입하고 한국 화장품 브랜드 뿐만 아니라 한국 중소기업 상품의 해외 판매를 지원하는 K-Shop 매장도 아이롯데 안에 오픈했다. 국내 상품을 인도네시아 현지고객에게 판매해 수출에 기여하고 한류 전도사 역할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살림그룹과 합작법인 인도롯데를 설립하고 10일(현지 시각)부터 현지 온라인쇼핑몰 롯데아이를 공식 오픈한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가 인도네시아 온라인쇼핑몰 시장에 진출한 것은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온라인쇼핑몰 사업은 2015년 기준 4조2000억 원 규모로 인도네시아 전체 유통업에서 0.7%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경제지표들이 한국의 2000년대 초반과 매우 비슷한 상황이며 온라인 시장도 초기단계여서 향후 시장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구는 2억6000만명으로 세계 4위에 달하는 '기회의 땅'이다.

롯데는 아이롯데를 통해 인도네시아 진출해 있는 롯데백화점 1개점, 롯데마트 42개점, 롯데리아 30개점, 엔제리너스 3개점, 롯데면세점 2개점(공항점, 시내점)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재계 2위인 살림그룹과의 합자 효과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신 회장은 2013년부터 '한-인도네시아 동반자 협의회' 경제계 의장을 맡으며 인도네시아 진출의 선봉장 역할도 하고 있다.

롯데는 2008년부터 유통과 화학부문 위주로 투자를 집중했고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액 약 15%를 인도네시아에서 거뒀다. 2010년에는 동남아시아 대표 석유화학기업 타이탄(Titan Chemicals)을 공들여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 현지 석유화학업계에도 진출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타이탄(LC 타이탄)은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에 약 4조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하며 성공적으로 상장한 바 있다.

베트남 시장도 적극 키우고 있다. 롯데는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베트남 현지에 진출했다. 현재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면세점 등 10여개 계열사가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롯데그룹은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 원을 투자해 '롯데몰 하노이'를 2020년까지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호치민시 투티엠 지구에는 2021년까지 '에코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 약 10만㎡ 부지에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조성한다. 투입되는 사업비만 2조 원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2월 베트남 호치민시에 있는 고밥에 베트남 1호점을 오픈했다. 이마트 고밥점은 지난해 매출 419억 원으로 목표의 120%를 달성했다. /이마트 제공

신세계그룹도 최근 이마트의 중국 시장 철수를 확정한 이후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중국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한 후 베트남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15년 12월 호찌민 고밥 지역에 이마트 1호점을 개설한 바 있다. 이마트 고밥점은 지난해 매출 419억 원으로 목표의 120%를 달성했으며, 올 1분기에도 매출액 13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8% 증가하는 등 순항 중이다. 호찌민시 2호점도 곧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마트는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찌민시와 투자 확대를 위한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2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2020년까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등 다양한 형태의 상업시설 등에 투자하고, 호찌민을 교두보로 본격적인 베트남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베트남은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인구는 약 9526만 명으로 세계 15위에 달한다. 그 중 핵심생산 인구(35세 이하) 비중이 60%가 넘어 내수 시장 잠재력도 높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에 달하는 등 소득수준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서 식품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이후 킴앤킴, 까우제, 민닷푸드 등 베트남 현지 식품업체 3곳을 차례로 인수한 데 이어 올 7월에는 약 700억 원을 투자해 현지에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현지 매출 7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CJ오쇼핑은 베트남 케이블 방송사 SCTV와 합작한 SCJ 홈쇼핑으로 현지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베트남 1위 종합물류기업인 제마뎁 물류·해운 부문을 인수해 인도차이나 반도 국경 운송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사업 정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장 가능서이 큰 동남아 국가에 대한 유통업계 투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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