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이 28일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서초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정식 심리에 앞서 진행되는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단과 검찰 양측 간 주요 쟁점에 대해 정리하고, 앞으로 재판 절차에 관해 '큰 틀'을 완성한다.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피고인들의 출석에 강제성이 없는 만큼 이번에도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피고인 5명은 법정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장 전 사장의 경우 전날(27일) 피고인들 가운데 가장 먼저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항소심을 앞두고 1심 재판을 담당했던 대표 변호인을 송우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에서 같은 법인의 이인재 대표변호사로 변경하는 등 막바지 전열 전비를 마친 삼성 측은 법정공방 2차전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심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내린 혐의 가운데 삼성과 다른 대기업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청탁 이슈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소명에 나설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판결 당시 '표적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204억 원)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죄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자동차(128억 원)와 SK(111억 원), LG(78억 원), 롯데그룹(45억 원) 등 두 재단에 수백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한 다수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매출 및 자산규모, 시가총액 등에 비례해 출연금을 지원한 만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삼성 측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묵시적 청탁' 부분에서는 재판부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원요구에 수동적으로 따른 것이 결국에는 승계작업에 관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한 것과 다름없다고 본 것이다.
반면, 삼성 측은 애초부터 논란이 된 청와대를 향한 삼성의 자금 지원이 청와대의 강요와 압박에 따른 결과인 만큼 이를 뇌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다. 특히, 1심 재판과정에서 삼성과 같은 맥락의 진술을 한 다수 대기업 관계자들의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는 만큼 재단 출연금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성립될 명분이 없다는 게 변호인단의 논리다.
이 외에도 1심 내내 논란이 됐던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의 부재' 부분도 이번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심 선고 직후 변호인단은 "무죄추정의 원칙 자체가 무너졌다"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했다.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했는지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정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시 송 변호사 역시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심 판결은 법리판단과 사실 인증 그 모두에 관해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강한 어조로 항소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삼성 재판'의 경우 삼성과 특검 양측 간 다뤄지는 쟁점 자체가 많은 만큼 정식 재판은 추석 연휴 이후 공판준비기일이 한두 차례 더 열린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