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행의 소비자시대] 최종구· 최흥식, 강력한 '금융개혁'에 나서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게 금융권 안팎의 기대가 크다. /임세준 기자

떠날 때 박수받는 모습 그리며, 강한 금융개혁 추진해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50일이 가까워져 온다. 박근혜 보수정권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탄핵으로 무너지고, 진보의 촛불 정권이 탄생한 뒤 안정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심'이 반영된 엄청난 기대와 호응 속에 출범해 대체로 지지율 70%선의 고공행진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면서, 4대 비전 12대 약속을 공약으로 세웠다. 4대 비전에는 국민이 주인, 더불어 성장, 평화와 안전, 지속가능 사회를 내세우고, 부정부패, 공정, 민주·인권, 일자리·성장, 잘사는, 출산·민생·복지·교육, 평화·안전, 성평등, 문화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12가지 약속을 거창하게 내걸었다.

하지만 전 국민이 대상자인 소비자 권익증진과 금융개혁에 대한 약속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기껏해야 징벌배상제와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독립 정도가 약속에 들어가 있는데, 이마저도 강력한 실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소비자와 금융을 잘 모른다. 전문가가 캠프에 없다느니, 금융을 단지 ‘실물경제’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불공정을 공정하게 만든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직접 임명했다. 신선한 충격으로 국민의 기대와 호응으로 가장 ‘성공’한 인사로 꼽혔다. 그러나 점점 부적격 인사가 장관 후보자로 나섰다가 사퇴하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이 국회표결에서 부결되어 낙마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사퇴해 7번째 고위직 낙마의 아픔을 겪었다.

금융권 인사 실패는 더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재인 정부는 초대 금융위원장에 MB정부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또다시 금융위원장으로 내정한 바 있다. 그는 재직시절 모피아와 관치금융으로 대표되는 인물이었다. 또한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불법적으로 지배했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승인해 줘 5조 원의 ‘먹튀’를 도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한 인사를 금융위원장에 앉히려다 시민단체, 국회 모두 강력히 반대해 임명하지 못했고, 대신 김석동 후보자가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최종구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그 자리에 앉았다.

금융감독원장 인사는 더 매끄럽지 못했다. 당초 문재인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변호사 출신의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그러나 심 교수 역시 론스타게이트의 책임자로서 부적합하다는 여론 때문에 임명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임명되는 듯했다. 하지만 금융 무경력자에다 캠프 출신이라며 감사원 출신이 껄끄러운 모피아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반대로 내세우지 못했다. 결국 김조원 전 총장마저 선임이 불발됐고, 연세대 교수·금융연구원장·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지낸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가 세 바퀴 돌아 임명됐다. 노조가 반대했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 은산분리, 핀테크 등 국가경제에 미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더팩트 DB

금융위원장도 그렇고 금융감독원장도 최적임자 임명이 아닌 ‘돌고 돌아’ 앉힌 인사로 성공한 인사라고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반응은 영어로 ‘so so' 정도이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데, 김상조 위원장처럼 국민적인 호응과 기대에 못 미치는 인사다.

최종구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을 표방하며,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혁신 태스크포스(TF), 금융중심지활성화TF 등을 만들었다. 최흥식 원장도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보험료카드납부 확대, 고금리신용대출개선’ 등 상당히 실무적인 내용을 과제로 제시했다.

두 금융수장이 임명 직후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일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일까? 금융소비자보호법이나 금융감독기구의 분리 등 묵직한 과제는 제쳐두고 언론의 조명을 가장 많이 받는 위원회나 TF를 구성한 것으로 느껴진다. 여태까지 공무원들이 만든 수많은 위원회나 TF가 실무적으로 추진해도 무방한 일을 각색하고 과제로 내세워 생색내고 일하는 것처럼 ‘보여주기식’ 행정의 일환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현재 금융권은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핀테크혁명, 금융구조개혁 등 서민들과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비전문가들이 둘러앉아 근본원인과 문제를 찾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개혁은 ‘소리 없이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시끄러운 잔치에 먹을 것이 없고,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우리나라 금융은 소비자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고, 금융 시스템의 후진성은 후진국보다 못하다. 금융감독원조차 낙하산 인사, 불법주식투자, 엉터리제재 등 금융검찰이 ‘복마전’이냐는 비아냥을 듣고 있어 개혁대상 1호로 지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리문제도 소비자들을 볼모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밥그릇’ 싸움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금융적폐를 청산해야 할 일들이 정말로 많이 산적해 있다.

두 금융수장에게 바란다. 김상조 위원장처럼 박수받지 못하고 등장했지만, 재임기간 동안 소리 없이 강한, 더 크고 묵직한 금융개혁으로 떠날 때는 박수 받고 떠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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