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소유물…반항하지 마라"
[더팩트ㅣ강남=서민지 기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성추문에 휘말린 가운데 비서에게 이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동부증권 노조는 "해당 발언은 단순한 망언이 아니며, 대부분의 CEO가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부당한 행위를 꼬집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부증권지부는 22일 서울 강남구 동부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원종 사장이 강제 구조조정을 일삼았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동부증권 노조는 "고원종 사장은 업무 성과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을 경우 직원의 급여 70%를 삭감하는 징계성 성과체계를 만들어 상시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며 "이를 견디지 못한 직원들은 비정규직으로 강제전환돼 회사를 떠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동부증권은 정규직 직원들을 업무평가를 통해 등급을 매기고 있다. 사측은 C등급을 받은 직원들의 임금 70%를 삭감하고, 업무평가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며 계약직 전환을 요구해왔다. 고 사장이 동부증권을 이끌게 된 2010년부터 C등급제에 따라 비정규직으로 강제 전환된 직원은 300명 정도로 집계됐다.
그러다 지난 3월 36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됐고, 노조가 C등급제가 부당하다고 요구하자 사측은 임금 삭감 규정을 완화했다. 하지만 C등급 제도에 따른 피해자와 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상 증권사 등 금융업계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며 퇴직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동부증권은 표면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지 않으면서 C등급제 및 비정규직 전환 등으로 '돈을 들이지 않고' 구조조정을 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사측이 최저임금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연차수당부터 중식대, 교통비 등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포괄임금제를 통해 현행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며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현직 직원들을 위해 사측을 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증권은 지난 8월 노동청에 관련 진정이 접수되자 최저임금 미달, 연차수당 및 퇴직금 미지급을 명목으로 소급해 지급했다. 하지만 퇴직자 위주의 보상만 이뤄졌을 뿐 보상을 받은 현직 직원은 일부에 그쳤다.
노조는 "성과제도라는 미명으로 피해를 본 C등급 제도의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그 피해를 원상 복구하라"며 "계약직 노동자들에게서 떼어먹은 임금을 전액 지급하고, 최저임금법 위반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김준기 회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김 회장은 여비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일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며 "김 회장의 사퇴 의사와 무관하게 이번 사건의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수사당국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이 발언한 '반항하지 마라', '넌 내 소유물이다'는 단순한 망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경영진들의 이러한 생각이 노동자들을 짓밟아왔다"며 "이는 노동자들을 물건으로 생각하고 돈이면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재벌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조는 사측이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끝까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이날 고 사장을 임금체불 및 최저임금법 위반 등으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고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