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지난달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25일부터 '잔업 전면 중단 및 특근 최소화'를 선언했다. 사실상 감산에 돌입한 것이다. 사측은 '통상임금 1심 소송 판결 이후 잔업 및 특근 시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잔업 중단 배경을 설명했고, 노조 측은 '사전 협의 없는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불쾌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아차는 21일 오전 '25일부터 잔업을 전면 중단하는 동시에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특근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잔업 중단과 특근 최소화 배경에 대해선 '근로자 건강 확보 및 삶의 질 향상', '정부 및 사회적 이슈인 장시간 근로 해소 정책 부응', '사드여파 등 판매 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조정', '통상임금 소송 결과 특근', '잔업시 수익성 확보 불가 등'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측은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따라 약 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 충당금 설정으로 3분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하다. 잔업 및 특근 시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법원 최종심 결과에 따라 과거분을 지급해야 할 뿐 아니라 앞으로 미래분은 특근, 잔업 유지 시 기존보다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 및 영업이익 지속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더해 통상임금 영향 등으로 위기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어 원가 경쟁력 확보 방안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시장 실적 악화와 더불어 통상입금 소송 패소로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 충당금이 '잔업 중단 및 특근 최소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조 측은 '조합원을 인정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사측의 '잔업 전면 중단과 특근 최소화' 방침에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저희로선 정말 불쾌한 상황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조가 불쾌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재 기아차 노조는 임원 선거 기간이다. 집행부가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선거 개입(방해)을 하는 행위'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잔업과 특근은 노사 간 합의 속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회사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이 정당한 권리행사를 포기하라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이러한 결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조 임원선거에 개입(방해)하는 행위다. 보통 선거 기간엔 노사의 협의 사항들은 전면 중단되고, 집행사업 역시 공백기를 가지게 된다. 사실상 노조의 정상적인 업무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간에 회사가 사전 협의 없이 이러한 일방적인 통보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이러한 방침은 상여금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노동 조합원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포기하라는 뜻으로 비친다"며 "사측의 일방적인 잔업 중단과 특근 최소화에 대해서 노조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잔업과 특근은 노사 간의 합의로 진행됐던 것인데 회사가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아무런 협의 없이 공문으로만 통보한 상황이다"고 말한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신의 성실의 원칙 하에 열심히 일해왔는데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에 불쾌한 상황이다"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한편 기아차는 사드보복 여파 등으로 판매 감소와 재고 증가가 이어졌다. 올해 7월까지 기아차 중국 누적판매는 17만2674대로 전년 대비 52%나 급감했다. 사드 여파가 집중된 2분기 판매만 고려하면, 5만2438대로 전년 동기 약 64%가 감소했다.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78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떨어졌다. 더욱이 미국시장도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 감소, 수익성 하락뿐 아니라, FTA 재협상 압력 등으로 인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