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앙금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사실 조 회장이 직접 관여된 일은 아니지만, 최고경영자로서 관계 회복에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1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에게 2008년에 부여됐던 스톡옵션 행사 보류 조치를 해제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5월 신 전 사장이 2005~2007년에 받은 스톡옵션 보류 해제를 결정한 바 있다. 이로써 신 전 사장은 신한금융으로부터 2005~2008년 받았던 스톡옵션 총 23만7678주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은 '신한사태'와 관련된 경영진들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을 전면 보류한 바 있다. 신한사태는 2010년 발생한 경영진들의 권력 다툼으로 당시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이 신 전 사장을 횡령·혐의로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결국 3명 모두 동반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오랜 기간 진행된 법정공방은 올해 3월에서야 끝났다. 대법원은 신 전 사장에 대해 일부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부터 스톡옵션 행사 허용까지 진행되면서 신한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해결된 것처럼 보이던 신한사태를 두고 다시금 잡음이 나오고 있다. 신 전 사장이 '진정성'을 들며 신한금융의 사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 전 사장의 기분은 쉽게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으로나 스톡옵션 문제는 해결됐지만,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고 본인의 명예가 훼손된 것에 대해 언짢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전 사장은 지난 7월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음악회'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신한금융이) 나한테 잘못했다 잘했다를 떠나 고객들과 주주들에게 과오를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한다"며 "사죄가 진정성이 있는지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한금융과 신 전 사장의 관계 또한 애매해질 가능성이 있다. 신 전 사장은 현재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신 전 사장이 은행연합회장이 된다면 조 회장과 직접 마주할 일은 많지 않지만, 위성호 신한은행장과는 이사회 등을 통해 만날 일이 많아 관계 개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시선은 자연스레 조 회장의 의중에 쏠린다. 조 회장이 '신한사태' 3인방의 화해의 장을 마련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이들은 모두 신한의 전임 경영진이기 때문에 만남을 갖기 위해서는 조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중립 인사'로 해당 이슈와 관련돼 있지 않지만,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노조 또한 조 회장이 자리를 마련해 확실하게 신한사태를 종지부 짓기를 바라고 있다.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예전부터 전 경영진들의 제대로 된 화해와 화합을 요구해왔다"며 "전임 경영진의 일이라 할지라도 얽혀있는 직원들이 있어 조직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완벽한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마주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열려 있다. 유 위원장은 "과거 사측에 화해의 장을 요구했을 때 법원의 결정이 날 때까지 우선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었다"며 "법원의 판결도 났고, 스톡옵션 보류도 해제되는 등 순탄히 해결되는 과정에서 만남을 추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한사태가 봉합될 듯 봉합되지 않으면서 신한금융은 난감한 상황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사태가 사실상 마무리 된 상황에서 과거 경영진들의 일을 현재 거론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조 회장님도 관련 내용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