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에 단독 추천되면서 사실상 연임을 코앞에 뒀다. 노조가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등 잡음이 생기기도 했지만, 지난 2008년 지주사 출범 이래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KB사태'를 해결한 윤 회장이 노조를 어떻게 감싸 안을지도 주된 관심사다.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14일 오후 6시 국민은행 명동 본점에서 제2차 회의를 속개하고 윤 회장과 김옥찬 KB금융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자군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김옥찬·양종희 후보가 인터뷰를 고사하면서 윤 회장이 유일한 심층평가 대상자가 됐다.
확대위는 윤 회장을 단독 후보로 올리는 것에 대해 적잖은 부담을 느낀 듯하다. 확대위는 "윤종규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됨에 따라 공정성과 관련한 대내외 시비를 우려하는 의견이 내부에서 논의됐다"며 "하지만 원칙에 따라 결과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공정한 절차라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노조가 회장 인선 절차를 '깜깜이', '날치기' 등이라 비판하며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던 만큼 업계 안팎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그만큼 윤 회장의 경쟁자가 없던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CEO 인선을 앞두고 여러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지만, 이번 KB금융 인사의 경우 거론된 인물마저 거의 없었다. 이전부터 윤 회장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던 것이다.
윤 회장은 2014년 KB금융의 내분사태인 이른바 'KB사태'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이후 빠른 시간에 'KB사태'를 봉합하고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형적으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윤 회장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며 '리딩뱅크' 탈환을 눈앞에 뒀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 등 굵직한 M&A가 성사되면서 비은행 부분 또한 탄탄하게 다져졌다.
실제 KB금융의 올 상반기 순익은 1조8602억 원으로 신한금융(1조8891억 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2분기 기준으로는 KB금융(9901억 원)이 신한금융(8920억 원)을 앞지르기도 했다. 올해 연간 실적으로 8년 만에 리딩뱅크를 수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윤 회장에게도 난관은 있다. 노조가 윤 회장이 과오를 들며 연임에 적극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는 국민은행 임원의 노조 위원장 선거 개입과 KB국민카드 신입직원 연봉 삭감, 윤 회장 연임 찬반 투표 개입 등을 비판하며 윤 회장이 회장 후보 자격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KB노협은 지난 13일 투표 개입을 주장하며 윤 회장을 업무방해죄 및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확대위 회의가 열리던 14일 KB금융 본사 1층 로비에서 "날치기 인사를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연임이 최종 확정된 뒤 윤 회장의 주요 과제는 '노사 관계 회복'이 됐다. 윤 회장 또한 이어지는 노사 갈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15일 여의도 본점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직원들과 소통하고, 생각을 공유하려 했지만,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노조는 대화의 파트너로 생각하며, 경영에 함께 고민하기 위해 대화 창구는 언제든 열어뒀다"고 전했다.
한편 확대위는 오는 26일 제3차 회의를 개최하고 윤 회장에 대한 심층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심층평가를 종료한 뒤 논의와 투표를 통해 윤 회장의 연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