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를 위해 13일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 법인과 공장이 금융권에 진 빚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관한 더 상세한 플랜이 필요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어떻게서든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박 회장의 강한 의지에도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금호아시아나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관계자들은 전날(12일) 산업은행을 방문해 자산 매각 및 유동성 문제 해결 방안 등이 담긴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시행, 회사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약 1300억 원) 매각, 중국 사업 정리 방안 등이 담겨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협상 결렬에 대한 조건부로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포기라는 강수까지 뒀지만, 채권단은 자구계획안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보완을 요구했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이 외국계 은행에 진 3000억여 원의 빚이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의 요구에 따라 자구계획안의 내용을 수정보완해 다음 주로 예정된 주주협의회 이전까지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룹 수장인 박 회장이 "채권단의 요구에 최대한 협조하고 인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만큼 채권단 설득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우선매수권 포기 내용을 (자구 계획안)에 포함한 것은 조기 정상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말 그대로 자구계획안에 대한 보완 요구를 한 것이지, 채권단과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아니다"라며 "채권단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정해진 기한 내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1조38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 줄었고, 507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실적 부진이다.
실적 내림세가 지속하면서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이 현지 외국계 은행에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도 3160억 원까지 불어났다. 중국 사업장을 매각하더라도 은행권 채무를 갚고 나면 사실상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부진의 원인이 외국기업에 대한 방어 무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외부적 요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호아시아나로선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중국 법인 매출은 한때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웃돌았다. 지난 2011년 중국 내 소비자고발프로그램 '3.15 완후이'가 금호타이어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다며 문제 제기를 하면서 회사 측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30만 개에 달하는 타이어를 리콜하고 사과까지했지만, 방송 여파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하면서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내 반한감정이 고조되면서 위기는 더욱 확산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에서 현대기아차 중국 합자 법인에 납품하는 물량은 전체에 30%에 달한다"라면서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의 무역보복으로 현대기아차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덩달아 회사 실적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 중국법인의 채무는 고스란히 금호타이어 본사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며 "금호아시아나로서는 채권단을 어떻게서든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중국 정세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우려하는 중국 리스크를 회사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해소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