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부평=서재근 기자] 한국지엠이 전날(5일) 노조의 부분 파업 시행으로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미디어를 초청, 자사 디자인센터를 공개하는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브랜드 디자인 철학과 한국지엠 전체 라인업의 디자인 프로세스, 향후 개발 계획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최근 불거진 철수설에 따른 안팎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지엠은 6일 오전 9시 인천 부평 본사에 있는 디자인센터에서 '2017 쉐보레 디자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천 지하철 부평구청역 9번 출구에서 나와 나머지 정문과 다른 출입구 쪽을 먼저 살펴보니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공장 안과 밖을 오가는 자동차의 모습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정문 안쪽에는 협상 수용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아울러 공장 주변은 경찰 7~8명이 조를 이뤄 혹시 모를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순찰을 하는 등 공장 안팎에서 노조 측이 시행하는 파업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로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는 전날(5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세우고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눠 4시간씩 파업을 시행한 바 있다. 한국지엠 노조가 임금교섭에서 회사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부분 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로, 지난해 약 보름 동안 시행된 파업으로 한국지엠은 약 1만5000대 규모의 생산 차질을 떠안게 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이날 행사장을 찾은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인사말에서 가장 먼저 최근 불거진 '철수설'에 관한 견해를 드러냈다. 카젬 사장은 "한국지엠 사업과 관련한 많은 언론 기사와 일각에서 불거진 소문에 대해 알고 있다"라면서 "제너럴모터스(이하 GM)는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사업 성과를 창출하는 성장 기회 관점에서 최적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라며 철수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한국지엠은 차량 생산과 디자인, 연구개발 측면에서 GM의 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핵심축을 맡고 있다"라면서 "회사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외부 관계자들과 협업이 밑거름이 돼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비롯한 사업 구조 전반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일 한국지엠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임명, '새 사령탑'에 오른 카젬 사장은 5일 열린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도 "철수계획은 없다"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회사 측이 공식적으로 철수설에 관해 진화에 나섰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본사에서 만난 한 직원은 "최근 (한국지엠의) 철수설과 관련한 기사가 많이 나오면서 동료들끼리 식사를 할 때나 업무를 볼 때도 '회사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한국지엠 디자인센터는 제너럴모터스(GM) 북미 디자인 스튜디오에 이어 글로벌 GM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지난 2014년 400억 원의 투자비를 들여 기존 7640㎡ 규모에서 1만6640㎡로 2배 이상 확장 개소했다.
180여 명의 직원이 쉐보레를 비롯해 뷰익과 GMC 등 글로벌 브랜드의 내외관 디자인, 디지털 디자인과 모델링, 슈튜디오 엔지니어링 등 연구 개발과 연계한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며, '스파크'와 '아베오', '트랙스' 등 쉐보레 경·소형차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프로그램을 도맡아 온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뷰익, GMC 브랜드의 주력 제품들의 디자인도 이곳에서 완성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슈튜어트 노리스 한국지엠 디자인센터 전무는 "한국지엠 디자인센터는 업계 최고 수준의 첨단 디자인 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국내 디자이너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산하는 GM 글로벌 제품 디자인의 산실"이라며 "'볼트 EV'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완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GM 디자인의 핵심 기지로서 위상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쉐보레 디자인 철학을 비롯해 글로벌 제품 디자인 프로세스 및 전기차 '볼트 EV' 개발 스토리와 제품 색상 및 트림 전략을 소개하면서 디자인센터에 새로 도입된 설비이자 3차원 입체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디자인 프로세스 등 자사 기술력에 관해 직접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