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 추진 누구를 위한 걸까요?

국회에서 궐련형 전자담뱃세 인상을 두고 뜨거운 공방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흡연자들은 누구를 위해 세금을 인상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성로 기자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정치권이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개소세) 인상안 통과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정치권의 이런 우왕좌왕에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지난달 22일 국회 기획재정운영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개소세 인상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을 때만해도 9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국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당장 시행될 것을 우려한 일부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할 정도였습니다.

정치권이 공방을 벌이는 궐련형 전자담배 1갑의 세금은 담배소비세(528원)와 지방교육세(232.2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438원), 개별소비세(126원), 폐기물부담금(24.4원), 부가가치세(391원) 등을 포함해 약 1739원입니다. 일반 담배 세금(3347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죠.

기획재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과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도 한 갑당 126원의 개소세를 일반 담배와 같은 594원의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아직 유해성 문제가 명확히 나오지 않았고,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국민의 건강 증진', '조세 형평성', '세수 확보'라는 의견이 충돌하며 두 차례 전체회의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에 대한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한국필립모리스와 BAT 코리아 측은 담뱃세가 올라가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필립모리스, BAT 코리아 제공

국회의 담뱃세 인상 추진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한국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이하 BAT 코리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만약 개소세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큰 투자를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흡연자들은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의 담뱃세 인상을 경험해야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입니다. '소비자가 봉'이냐는 불만도 쏟아집니다.

최근 정치권의 개소세 인상과 관련해 흡연자(일반 담배, 권련형 전자담배)와 비흡연자 모두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비흡연자까지 반대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은 "세금을 또다시 올리면 소비자로선 큰 부담이다", "세금을 올린다고 금연자 수가 늘 것 같지는 않다", "2년 전 담뱃값이 올랐는데 담배로 늘어난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길거리에 변변한 흡연실도 보기 힘들다"며 정부에 불만과 불신을 토로했습니다. 일반 담배를 피우는 지인은 "궐련형 담배 가격이 올라가면 결국엔 일반 담뱃값도 오르는 수순이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고, 비흡연자 역시 "가격 인상 추진은 누구를 위한 주장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 인상안을 다시 논의했지만 공방만 벌이고 있다. /이성로 기자

개소세 인상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 대부분은 '세금이 허투루 쓰일 것 같다'라는 의구심과 '가격이 올라가도 금연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며 결국, 소비자의 부담만 커질 것이다'를 이유로 듭니다. 즉, '세금을 걷어간 정부가 돈을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는 것으로, 그 저변엔 흡연자의 건강이나 조세 형평보다 정부에 관한 불신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불신이 높은 것을 고려할 때 궐련형 전자담배 개소세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민의 건강 증진'이 이유라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발표 이후 추진해도 늦지 않으니 말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궐련형 담배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개소세 인상을 지금처럼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또, 그동안 정부가 인상한 담뱃세의 쓰임과 전자담배 세금 인상분 사용처 등을 명확하게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조세 형평성'과 같은 추상적인 논리는 국민이나 흡연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입법은 국회 고유의 권한입니다. 다만, 그 권한은 국민에게 부여받았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 많은 국민이 정부나 국회를 향해 '세금 도둑'이라고 비판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 탓인지 흡연자나 비흡연자는 정치권과 정부의 개소세 인상에 이렇게 말합니다. "도대체 누굴 위해 세금 인상을 추진하는 걸까요."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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