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금융권 노사, '산별교섭'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쟁점은?

29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왼쪽)과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만나 산별교섭 재개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더팩트 DB,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금융권 노사가 '산별교섭' 재개를 두고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최근 산별교섭이 다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지만, 파행이 거듭되면서 노사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영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은행연합회장)과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 노조) 위원장은 29일 면담을 가졌다. 이들은 금융권 산별교섭 재개 문제를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합의점을 내지 못했다.

산별교섭은 근로자와 사용자 대표가 만나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한 번에 결정해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사용자를 대표하는 사용자협의회는 33개 금융사 및 금융기관으로 2010년 구성됐다.

하지만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두고 노사갈등이 심화되면서 금융공기업을 비롯해 시중은행 등 대부분의 사용자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사용자협의회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산별교섭은 중단됐다.

금융 노조는 이달 17일과 24일 산별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전원 불참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우선 하 회장은 성격이 다른 33개 회사를 산별로 묶어 교섭할 경우 불합리함이 생길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호봉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 또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별교섭 재개에 앞서 산별교섭 제도 개편, 임금체계 개편 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금융 노조 측은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한 정년 연장 TF 구성, 금융공공성 회복을 위한 과당경쟁 문제 해결을 위한 TF 구성, 700억 사회 공공기금 관련 TF 구성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하 회장 측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하면서 결국 제자리걸음을 이어갔다.

금융 노조 관계자는 "하 회장이 제시한 조건은 산별교섭을 재개한 뒤에 공식적으로 노사가 협의하면 되는 문제"라며 "이같은 전제조건은 교섭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으며, 교섭 재개에 대한 진정성 또한 의심된다"고 말했다.

최근 하 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이 산별교섭을 논의한 데 이어 금융 노사 수장이 만난 만큼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산별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8일 열린 전국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산별교섭 재개 등의 안건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면서 사용자협의회가 복원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금융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파행은 다시금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1일 진행될 세 번째 교섭 또한 사측이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교섭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업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동안 사용자협의회가 참석 혹은 불참으로 단체로 행동했던 만큼 일부 기업이 참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노조는 이달 17일과 24일 산별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전원 불참했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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