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공백 5개월' 서울보증, 새 수장 언제? "임기 완주 각서라도"

서울보증은 5대 김옥찬 사장(왼쪽)과 6대 최종구 사장이 각각 임기 1년여 만에 KB금융지주 사장, 수출입은행장(현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연이어 경영 공백을 겪고 있다. /배정한 기자, KB금융지주 제공

[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SGI서울보증보험(서울보증)의 CEO(최고경영자) 공백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연이어 사장 공석을 겪은 서울보증은 공백을 채워줄 '능력자'는 물론 임기 동안 조직을 책임 있게 이끌어 줄 수장이 필요한 시기다.

최근 금융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난 가운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취임하면서 금융권 수장 인사가 급물살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서울보증이다.

서울보증은 최종구 위원장이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5개월 동안 수장 자리가 비워둔 채 대행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서울보증 수장을 지내던 최종구 위원장은 올해 3월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달 금융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최종구 위원장 전임인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역시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났다. 김옥찬 사장의 경우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기기 전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서울보증에 있었다. 최종구 위원장과 김옥찬 사장 모두 3년의 임기 중 1년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서울보증은 인선 계획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아직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았다"며 "CEO 인선과 관련해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선임되면서 SGI서울보증보험의 사장 인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서울보증은 아직 임원추천위원회도 꾸리지 않았다. /서민지 기자

서울보증이 CEO 인선에 적극 나서지 못한 배경에는 정부의 '입김'이 있다. 서울보증은 법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93.85%를 보유하고 있어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1998년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서울보증으로 합병된 이후 선임된 사장 6명 중 4명이 당국 또는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1대 박해춘 사장은 삼성화재 출신, 5대 김옥찬 사장은 KB국민은행 출신이지만 이외에 정기홍·방영민·최종구 사장은 금융감독원, 김병기 사장은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대부분이 정부 인사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보증 수장 자리가 관료들이 거쳐 가는 '디딤돌'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관료 출신의 인사가 많았고, 임기를 채우지 않다 보니 서울보증이 낙하산 인사의 '재취업 창구'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자주 바뀌게 되면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

그동안 사장 인선에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던 서울보증 노조들은 중도 하차가 반복되자 전문성과 경영능력은 물론 임기를 책임질 수 있는 사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금융기관 CEO는 임기를 부여받기 때문에 타 업권에 비해 경영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데 다소 한계가 있다. 서울보증의 경우 중도 퇴진으로 연속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서울보증은 경영 공백을 빨리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전문성과 경영능력은 물론 몇 년간 중장기적으로 '임기를 채울 수 있는' 수장이 간절한 상황이다.

jisse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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