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원영 기자] '월드베스트CJ'를 전면에 내세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4년여의 경영 공백을 딛고 마침내 글로벌 경영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오는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막을 올리는 '케이콘(KCON) 2017 LA' 현장을 직접 참관하며 지휘하는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2020년 목표인 '그레이트CJ', 2030년 목표인 '월드베스트CJ'를 차례로 이룩하기 위한 대망의 일정에 돌입한다.
이 회장은 대표적 글로벌 한류문화 행사인 케이콘을 직접 진두진휘하며 기획했으나 자유롭지 못한 개인적 신변 문제로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못 했다. 18일부터 사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펼쳐지는 '케이콘(KCON) 2017 LA'는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경영에 나서는 신호탄이자 세계 K-라이프스타일 영토 확장에 다시 힘을 쏟는 이정표로 간주되고 있다.
이번 LA 케이콘 행사에는 3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참석해 남매가 4년 만에 함께 공식석상에 선다. 업계에서는 지난 5월 복귀한 이 회장에 이어 이 부회장 역시 조만간 경영 일선에 나서 CJ그룹의 문화 콘텐츠 사업에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는 이번 케이콘 행사를 통해 '월드 베스트 CJ'로 한발 더 나아간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글로벌 행보' 이재현 회장, '케이콘 LA 2017' 지휘...북미 시장 공략 '신호탄'
케이콘은 2012년부터 CJ그룹이 주최하는 한류 종합 페스티벌로 이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케이콘(KCON) 2017 LA'에서 처음 한류 문화콘텐츠의 파워를 실제로 체험하게 될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 지난 5월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케이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현안을 보고 받으며 직접 챙겨왔다. 케이콘은 그가 직접 기획한 문화 콘텐츠 행사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CJ는 지난 2012년 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주도로 한류 문화를 세계에 널린 알려 '글로벌 문화'로 정착시킨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한류 스타 콘서트를 매개체로 음식 패션 IT 자동차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콘서트 케이콘을 시작했다. 이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매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결과 현재 케이콘은 수십만 명이 참석하는 대표적인 한류 문화 행사로 입지를 굳혔다.
CJ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여는 큰 규모의 글로벌 행사인 만큼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모두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며 "이 회장은 케이콘 참관 후 미국 사업 현황을 챙기며 시간을 충분히 보낸 후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행사 참관 외에도 현지에서 미국 내 사업관련 보고를 받고 해외사업 전반을 점검함과 동시에 식품과 바이오 분야 등에 걸쳐 현지에서의 사업 확대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또 건강 회복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미국에 머물며 당분간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다. 그는 경영 복귀 후 휠체어를 타고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역 HDC현대아이파크몰에 리뉴얼 오픈한 'CGV용산아이파크몰'을 깜짝 방문했을 때에도 휠체어를 탔다.
이번 방미는 4년 만에 경영 일선에 돌아온 이 회장의 첫 글로벌 행보다. 지난 2013년 7월 구속기소 된 이후 약 4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이 회장은 올해 5월 수원 광교신도시 'CJ블로썸 파크' 개관식에서 경영 복귀를 선언했다.
당시 그룹 목표인 2020년 '그레이트 CJ'와 2030년 '월드베스트 CJ'를 강조하며 오는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츠 인수·합병(M&A) 등에 36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액은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 부문 생산공장 신규증설, CJ대한통운과 CJ CGV 등 계열사의 현지 기업 M&A 등에 투입된다.
특히 CJ는 북미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달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당시 CJ는 "향후 5년간 미국에서 1조2000억 원(10억5000만 달러)을 투자하겠다"며 북미시장 공략 의지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케이콘이 5년 만에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며 "한류 콘텐츠를 앞세운 CJ의 글로벌 문화 경영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이 회장의 남다른 경영 철학을 평가했다.
◆ 이재현 회장이 낳은 케이콘(KCON)…대표 한류 행사로 입지 다져
CJ는 '2020년 글로벌 톱(TOP)10 문화기업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CJ E&M 필두로 매년 케이콘을 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6년째 북미, 아시아, 중동, 유럽 등에서 총 13회의 케이콘을 진행했으며, 케이콘을 찾은 세계 한류 팬은 41만7000여명에 이른다. 특히, 그간 케이콘을 찾은 관광객을 보면 백인 50%, 스페니시 15%, 아프리칸 10%, 한국인 20% 등으로 나타나 글로벌 행사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케이콘은 올해 중남미, 오세아니아 지역까지 영역을 넓혔다. ▲북미(미국 뉴욕 6월, LA 8월) ▲아시아(일본 도쿄 5월) ▲중남미(멕시코 멕시코시티3월) ▲오세아니아(호주 9월)에서 케이콘을 개최하며 전세계 K-라이프스타일 영토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이 회장이 방문하는 미국은 케이콘 최초 개최지로써 역대 누적관객 중 약 64%(26만6000명)가 참여한 핵심 거점 지역이다. 올해 6월 열린 '케이콘 2017 뉴욕'의 경우 도요타, 아마존, AT&T, 스테이트 팜 등 글로벌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했다. CJ 관계자는 "올해는 패션, 뷰티, 음식 등의 콘텐츠를 더욱 확대하고 종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CJ 문화콘텐츠 사업 총괄 이미경 부회장, '복귀 예고'
이번 행사에는 이 부회장도 참석해 남매가 4년 만에 함께 공식석상에 나서게 됐다. 특히 그의 공식 복귀 시점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CJ그룹의 문화콘텐츠를 총괄했던 이 부회장은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다가 결국 2014년 9월 경영에서 물러난 후 미국에 머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95년 드림웍스 투자로 문화사업에 본격 나선 뒤 CJ그룹이 제일제당 중심의 식품사업에서 벗어나 엔터테인먼트사업부문을 구축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현재 CJ그룹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CJ그룹 또한 2020년까지 '글로벌 문화기업 10위'에 들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만큼 이 부회장의 복귀는 시급한 상황이다. CJ그룹은 CJE&M과 CJCGV를 중심으로 해외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복귀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이미경 부회장은 미국에서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챙기고 유명 인사들을 만나며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홍콩에서 열린 '2016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에 참석해 경영 복귀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