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복직 근로자 '화장실 앞 근무' 논란 휴스틸 박훈 사장, 기자와 만난 후...

박훈 휴스틸 사장이 지난 4일 오전 8시 출근길에 <더팩트> 취재진에게 해고 매뉴얼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있다. 박훈 사장은 답변없이 회사로 들어가 3시간 뒤인 11시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서민지 기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해고 복직자의 퇴직을 종용한 '해고 매뉴얼'로 비난을 받았던 철강 업체 휴스틸이 4일 사과문을 내놓았다. <더팩트> 취재진은 박훈(48) 휴스틸 사장을 직접 만나 '화장실 앞 근무'논란 등을 야기한 해고 매뉴얼 논란에 대해 물었지만, 어떤 답변도 듣지 못했다. 대신 박훈 사장은 취재진을 만난 직후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휴스틸은 취재진을 만났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해고 매뉴얼을 보도한 SBS에 대해 "복직자들의 이야기만 편파 보도했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또, 사과문을 공개하기 직전까지 휴스틸 관계자는 "해고 매뉴얼 관련해 회사 입장을 준비하던 직원이 휴가를 갔다"라며 사과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었다.

박훈 사장은 1988년 신안종합건설에 입사한 뒤 주요 요직을 거쳐 2014년부터 휴스틸 경영에 참여했다. /장병문 기자, 휴스틸 홈페이지

◆ "해고 매뉴얼 진짜인가?" 질문에 박훈 사장 "나중에"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휴스틸 서울 본사에 출근하는 박훈 사장을 만나 부당 해고 복직자의 관리 방안이 담겼다는 '해고 매뉴얼'에 대해 물었다. 캐주얼한 차림으로 업무용 차량에 내린 박훈 사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박훈 사장은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취재진은 휴스틸에 재차 박훈 사장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이날 휴스틸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직후인 오전 11시 자사 홈페이지에 해고 매뉴얼 관련,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박훈 사장에게 인터뷰를 시도한 지 3시간여만이다. 사과문은 박훈 사장의 이름으로 시작했다.

박훈 사장은 사과문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복직자들을 화장실 앞에서 근무시킨 것에 대해 "2016년 4월경 복직과정에서 실무팀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 당시 잘못을 즉시 인정하고 바로 시정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일로 인해 전임 대표이사가 사죄와 함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화장실 앞 근무' 논란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해 7월 휴스틸 대표이사였던 이진철 사장이 물러나고 박훈 사장이 그 자리에 올랐다. 이진철 사장은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의 맏사위로 현재 신안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주)신안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휴스틸 직원 화장실 앞에서? 지난해 부당해고 후 복직 판결을 받고 돌아온 직원들이 화장실 앞(빨간색 원)에서 근무했다.

'화장실 앞 근무'에 대해서는 실무자의 잘못이라며 선을 그은 박훈 사장은 해고 매뉴얼에 대해 "실무자의 과잉 판단으로 작성된 것으로 즉시 파기돼 실행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박훈 사장은 해고 매뉴얼로 퇴직을 압박한 사실이 없다며 SBS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휴스틸은 지난 2015년 구조조정으로 직원 10명을 해고했다. 해고자 3명은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로 7개월 만에 복직했지만, 화장실 앞 복도에 근무하면서 보복인사 논란을 빚었다.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휴스틸은 인사 관계자를 징계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SBS가 복직자를 내쫓는 해고 매뉴얼이 휴스틸에 있었다고 보도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휴스틸은 지난해 5월 복직자의 이름과 이들을 내보내는 방법이 적혀 있는 '복직자 관리방안' 문건을 만들었다. 문건에는 복직자들에게 꼬투리를 잡아 징계나 해고하고 강도 높은 업무를 맡겨 스스로 그만두도록 하자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휴스틸은 편파적인 보도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휴스틸은 신안그룹 유일 상장사 휴스틸 서울 사무소는 모기업인 신안그룹과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 이 건물에는 휴스틸을 비롯해 신안그룹 레저 사업본부, 신안상호저축은행, 신안캐피탈, 신안스포츠클럽 등 신안그룹 계열사들이 모여있다.

◆ 박훈 사장, 경영승계 준비 중에 '갑질 논란'

박훈 사장은 휴스틸 지분 3.13%를 보유하며 박순석 회장(27.72%)에 이은 2대 주주다.

재계에서는 박훈 사장이 지난해 '화장실 앞 근무' 논란 직후 휴스틸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경영승계가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1969년생인 박훈 사장은 1988년 신안종합건설에 입사했다. 이후 강남엔지니어링 대표와 신안스포츠클럽 대표, 그룹 건설 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부터 휴스틸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박훈 사장은 휴스틸을 비롯해 그룹의 제조업과 레저업을 맡고 있고 동생인 박상훈 신안상호저축은행 이사가 금융업을 맡으며 승계 구도를 구축했다.

특히 부친인 박순석 회장이 대출알선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6월 구속기소돼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다. 이 시기에 신안그룹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훈 사장을 중심으로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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