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공여 사건 재판의 사실상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 기일'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가 핵심 화두로 던져졌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51번째 재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은 주요 쟁점을 두고 막판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삼성의 승계작업이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로 이어지는 '뇌물죄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자 시발점이라고 주장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 등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현안이며 박 전 대통령도 이를 인지했기 때문에 '정유라 지원'을 지시했다는 게 특검의 논리다.
반면, 변호인 측은 "특검에서 주장하는 방식의 경영권 승계 방식은 이 부회장의 의결권과 아무 연관도 없고, 필요 없는 절차"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자'인 이 부회장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면서까지 별도의 승계 시나리오를 구상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검이 '가공의 프레임'으로 끼워 맞추고 있다고 항변했다.
막판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얻은 발언권을 통해 지금까지 밝히지 않았던 '경영 승계'에 관한 견해를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경영'과 '(그룹)지배'의 관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제가 올바른 경영자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분율 수치 자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얼마만큼 사회로부터 인정받고 회사에 비전을 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2일) 진행된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도 "경영권 승계를 따로 염두해 둔 적 없었다"라며 "박 전 대통령에게 그룹 경영과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부탁하지도, 할 생각도 갖지 않았으며 이 같은 현안들이 경영 승계와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5월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체제' 전환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고, 대통령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가 수면에 오르기 전까지도 삼성이 '회장 승진' 발표일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법정에서 드러난 이 부회장이 인식은 세간의 평가와 달랐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의 합병, 비주류 사업부문 매각 등의 현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그의 역할은 '결정권자'가 아닌 '정보 공유자'였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신문 과정에서 "전자, IT 분야를 제외한 각 계열사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의사를 표현할 만큼 '지식'도 '자신'도 없었기 때문에 각사 사장들과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을 믿고 의견에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피고인 신문에 나선 최지성 전 미전실장(부회장)의 진술 역시 이 부회장의 설명과 맥을 같이 했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은 대내외적으로 이미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고, 그가 경영권을 물려 받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이 부회장 스스로 회장직에 오를 준비가 안됐다고 판단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와 이 부회장은 상하관계가 아닌 과도기적 단계에 놓여 있다"라며 "미전실장으로 재직할 때까지 그룹 주요 현안의 최종의사결정은 내가 했고, 그룹 주요 현안 가운데 이 부회장의 '후계자 수업'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것만 추려서 전달했다"라고 진술했다.
이들의 이 같은 발언은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수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이 밝힌 속내라는 상징성 외에도 법정 진술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발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공소장에 그를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명시하고, 이를 전제로 삼성이 추진한 일련의 모든 편법적이고 불법적인 승계 작업을 이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보는 특검의 주장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변호인단 역시 이날 '공방전'에서 "특검은 삼성그룹의 계열사 현안을 오직 이 부회장의 사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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