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 중개업소 관계자들 부정적 반응 왜
[더팩트ㅣ강남=이성로 기자] 2일 서울 강남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할말을 잊은 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표정이다. 33도를 넘나드는 한낮 폭염만큼이나 강남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흥분했다.
이날 오후 강남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에 할말을 잃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양도세 중과와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 등의 내용을 골자로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은 2005년 '8·31 대책'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전망이다. 특히 2011년 강남3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이후 6년여 만에 나온 강경책으로 중개업자들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개업자들은 당장 매수·매도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3채 이상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땐 시세차익의 최고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매수·매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최근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하루가 멀다 하고 매수·매도 계약을 이끌어내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 얼굴의 웃음기는 사라진 분위기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서울 강남권 부동산을 찾아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부동산 시장 자체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 중개업자는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때문이다.
최근 재건축에 대한 기대 심리로 거래가 많았던 한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강남 4구가 투기과열지역·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됨으로써 양도세와 대출규제강화가 예상돼 매수·매도가 주춤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중개업자로서 단기적으로 보면 부정적이지만, 재건축 잠재성이 있는 한 금방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대책이 나오면 당장은 주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이전 상황으로 돌아온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부동산 업계에선 워낙 민감한 문제라며 더 이상의 인터뷰는 거절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주택 보유자들이 피부로 체감할 것 같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과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는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나.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몇몇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취재진의 방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취재진의 명함을 되돌려주며 "할 말 없습니다"라며 등을 돌리기도 했고, 텅 빈 사무실에서도 '바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하는 중개업자도 있었다.
대부분 부동산 관계자가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든 가운데 한 중개업자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번 정부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미쳐있다. 단적인 예로 20평대 아파트가 최근 한 달 사이에 1억 원 이상이 올랐다. 부동산 중개업자야 집값이 오르면 좋지만, 최근 시장을 보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실제로 집 계약을 하는 사람을 보면 실거주자는 많지 않다. 90% 이상이 모두 투자를 목적으로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실수요자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나와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를 찾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등 11개 자치구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금융규제 강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분양주택 공급 확대 그리고 실수요자 우선 청약제도 개편 등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부동산 거품을 차단하기 위해 대상 지역과 과세, 금융제한을 넓히고 강화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실수요자 중심 주택시장 관리를 주택정책의 핵심기조로 삼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