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지난 2016년 2월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주고받은 내용과 관련해 새로운 진술을 했다.
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직 임원진들의 50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이 부회장은 특검이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3차 독대 당시 '미르·K스포츠'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느냐고 추궁하자 "제가 특검 조사 때 제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라고 운을 떼며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신사업 얘기를 끝내고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박 전 대통령이 JTBC에 관해 언급하며 '홍석현 회장이 외삼촌 아니냐, 뉴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라며 "'이적 단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화를 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게 '중앙일보·JTBC는 이미 (삼성과) 분리된 계열사이고 홍 회장은 손위분이라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고, 홍 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말씀도 잘 듣지 않았다고하자 '어머니가 누나니 내 말 전하라고 해라, 홍 회장이 정치 야망도 있는 것 같은데 삼성에서 줄을 대는 것 아니냐. 삼성이 최대 광고주 아니냐'라며 더욱 화를 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검 조사 때도 이 같은 얘기를 검사에게 했다. 그러나 당시 '국정 농단' 사태로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이 같은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데 검사도 동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금까지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 부회장이 '깜짝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은 특검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고, 그에 대한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지원하라는 박 전 대통령의 언급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반복적인 질문을 하면서부터다.
특검은 3차 독대 당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에 '미르', 'K스포츠'와 같은 단어가 기재돼 있는 점,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당시 2016년 2월 총수들과 독대 목적과 관련해 '재단 출연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 부회장 역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관련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고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특검은 최태원 SK그룹 부회장과 김용환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등이 특검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출연금을 지원해줘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진술한 만큼 이 부회장 역시 재단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3차 독대 때) 제가 대통령께 무슨 부탁을 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 만일, 특검 조사 때 제게 지금처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을 보여줬다면, 저는 반드시 이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저를 홍 회장과 '정치적 공모자'로 여기는 상황에서 눈치를 안 볼 수 없었다"라며 삼성이 다른 그룹과 상황이 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