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사드·美수출' 하소연...文 대통령·기업인 첫 만남 '말말말'

문재인 대통령와 8명의 기업인이 27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가진 가운데 갓뚜기, 사드, 경쟁사 디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호프 회동에 나선 경제계는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충격을 하소연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현 상황이 녹록지 않으니 문 대통령과 정부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후 6시께 청와대 상춘재 앞 녹지원에서 8명의 국내 주요 기업인과 만나 20여 분 간에 걸쳐 맥주잔을 기울이는 '호프미팅'을 갖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주요 경제인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노타이 호프미팅을 준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기업이 잘되어야 나라 경제가 잘됩니다. 국민경제를 다들 위하여.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은 본격적인 간담회에 앞서 편한 복장으로 모여 맥주를 손에 들고 긴장을 풀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과의 호프 미팅 맥주로 소상공인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맥주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은 호프 미팅이 끝난 뒤 상춘재 안으로 자리를 옮겨 2시간 10분간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본격적인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계획했던 50분을 훌쩍 넘기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을 공유하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공정경제 등을 설명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각 기업을 대표해 참석한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안부와 함께 업계 현황을 물으며 대화를 시도했다. 중견기업으론 유일하게 간담회에 초청받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겐 '갓(God)뚜기'를 언급했고, 정의선 부회장, 구본준 부회장과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노령인 손경식 CJ 회장에겐 "맏형 역할을 해주시라"며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이번 간담회에 참석자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은 중견기업으론 유일하게 청와대에 입성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함 회장에게 다가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면서 "고용도 그렇고 경영승계도 그렇고 사회적 공헌도 그렇고 아주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란 말을 만들어낸 것이겠죠. 젊은 사람이 아주 선망하는 기업이 된 것 같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아주 잘 부합하는 모델 기업이다"며 함 회장을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미팅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손경식 CJ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부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무역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상황을 묻자 기업들은 하나같이 하소연했다. 문 대통령은 정의선 부회장에게 "중국 때문에 자동차가 고전하는 거 같은데 좀 어떻습니까"라고 말을 건넸고, 정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시 기술 개발해서 도약하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중국의 보복 무역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우리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데 중국이 일본 업체는 되고 한국 업체는 안 된다고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어놨다"며 "중국 차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팔지 못한다"고 푸념했다.

대화를 듣던 문 대통령이 "그동안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면서 약간 수소차 쪽에 비중을 뒀다. 전기차를 하면서 그 부분(배터리)에 집중하면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이야기를 하니 생각이 났다"며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테슬라 1호 고객이 아닌가. 직접 타보셨나"라고 물었다.

정 부회장은 "저희가 1호로 매장을 유치했고 잘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직접 타 봤는데 한번 충전하면 380㎞ 탈 수 있다"고 답했다.

정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 중국의 사드 보복 관련 대화 중 저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가 없다라면서 경쟁사(롯데)는 높다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스타필드 하남 그랜드 오픈 당시 정 부회장. /임영무 기자

정 부회장은 "저희는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아 염려가 없다"라면서 "경쟁사(롯데)는 높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가 호텔도 조그맣게 하는데 (중국 관광객이) 완전히 빠지고 면세점에도 완전히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미국 철강 수출 때문에 걱정하시죠"라는 질문에 "저희는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수출) 거는 포기했다. 철강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질 못해서 고민이다"며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39년생(78세)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총수 가운데 가장 노령인 손경식 CJ 회장에겐 "오늘(27일)과 내일(28일) 만나는 경제계 인사 가운데 가장 어른이시다. 경제계에서 맏형 역할을 잘 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태양광 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를 두고 "우리의 태양광 여건이 어떠냐. 자연조건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고, 금 부회장은 "이전에는 고전을 하고 있었는데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서 힘을 받고 있다"라면서 "입지 조건을 조금 완화시켜주시면…(좋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호프미팅에는 소상공인 수제맥주 업체인 세븐브로이맥주의 생맥주가 제공됐고,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임지호 셰프가 채소·소고기·치즈류를 안주로 내놨다.

sungro51@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