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여의도=서민지Ⅱ 기자] KB국민은행이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노사가 내홍을 겪고 있다. 올해 '리딩뱅크' 탈환을 앞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새로운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국민은행 1노조)는 24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국민은행 노조 선거 개입 부당노동행위 진정 및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선거에서 사측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국민은행 노조 선거에서 박홍배 위원장이 당선됐지만, 노조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결과를 번복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박 위원장의 SMS 발송 등을 이유로 당선 무효를 결정한 것이다.
이후 지난 3월 진행된 재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박 위원장의 후보자 자격을 박탈했지만, 선거 하루 전 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박 위원장은 극적으로 출마하게 됐다. 결국 박 위원장은 총 5명의 후보 중 58%의 지지율을 얻었고, 과반수 득표로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박 위원장의 당선을 막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선거에 앞서 사측에 우호적인 집행부를 만들고자 대의원 선출 등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노조가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이오성 당시 경영지원그룹 부행장(현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 부점장 회의에서 중앙선관위원 선거에 특정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요구한 내용이 담겼다.
또한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철 당시 HR본부장은 전국을 다니며 지역영업그룹대표 및 지점장 등을 만나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것을 지시했다. 이 외에도 사측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박 위원장의 당선 무효를 지시한 내용, 2차 선거 때 등록 무효를 결정한 내용 등의 녹취도 공개됐다.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측의 행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인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노조는 오는 26일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 고발 및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고용노동부가 지난 노조 선거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자행한 선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