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오리온 총수 부부' 담철곤 '무혐의',·이화경 '기소' 왜?

횡령·탈세 혐의로 고소·고발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검찰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화경 부회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오너 리스크를 떨치지 못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횡령·탈세 혐의로 고소·고발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집행유예 중인 담철곤 회장이 기소 후 재판에서 혐의가 인정됐다면 가중 처벌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다만 담철곤 회장의 아내 이화경 부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18일 횡령과 탈세가 의심된다며 시민단체로부터 고소·고발된 담철곤 회장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담철곤 회장은 지난 2월 동양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증여세 포탈 혐의로 고발됐고, 3월에는 시민단체로부터 미술품 횡령 혐의로 고발됐다. 또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도 "아이팩 주식을 담 회장이 가로챘다"며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담철곤 회장은 지난 2011년 회삿돈으로 산 미술품을 자택에 걸어두는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담철곤 회장은 지난번과 유사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고 혐의가 드러날 경우 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검찰이 담철곤 회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하지만 이화경 부회장이 기소되면서 '오너 리스크'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오리온 홀딩스는 19일 "사법당국으로부터 이화경 부회장이 업무상 횡령으로 기소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아직 공소장을 송달받지 못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추후 기소 사실의 구체적인 내용이 파악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측은 이화경 부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미술품을 관리하는데 소홀한 점이 있었다며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전했다. /더팩트 DB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 소유의 미술품 '트리플 티어 플랫 서페이스 테이블'과 계열사 쇼박스로부터 빌린 장 뒤뷔페의 작품 '무제' 등을 자신의 집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이화경 부회장 소유의 미술품 200여 점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소홀한 점이 있었다"면서 "관리 실수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철곤 회장을 고소·고발한 동양채권단 비대위와 약탈경제반대행동 등 시민단체는 "담철곤 회장이 아닌 이화경 부회장의 기소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김대성 동양채권단 비대위 대표는 " 2011년 담철곤 회장을 미술품 횡령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이번에 유사 범죄 혐의로 고발되었으나 같은 사안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고 대신 이화경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봐주기식 수사"라는 성명서를 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고소·고발된 담철곤 회장은 검찰 조사조차도 받지 않았다. 또 담 회장의 비리 의혹을 담아 탄원서를 제출한 오리온 전 임직원들과 참고인들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스럽다"면서 검찰 조사 절차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모두 대응할 수 없다"면서 "검찰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한 만큼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리온은 이번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강찬우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등을 역임한 강찬우 변호사는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팀에 파견됐으며, 2010년에는 특임검사로서 '그랜저 검사 의혹'의 해당 검사를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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