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서민지Ⅱ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은 마음 편히 웃을 수 없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이 예고된 것은 물론 삼성생명에 대한 특혜 논란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지분을 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현행 보험업법 감독규정이 삼성그룹에 특혜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제가 된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가 보유한 대주주나 계열사 유가증권 비중은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3%가 넘을 경우 초과분은 4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쟁점은 보험업권만 기준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비율을 산정할 때 은행, 증권 등 다른 금융업권은 총자산을 시가(공정가액)로 하는 것과 달리 보험업권은 취득원가(장부가)가 기준이 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12%(1062만2814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약 5630억 원으로 총자산(268조4000억 원)의 3%를 넘지 않아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취득원가가 주당 5만3000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시가로 계산하면 삼성전자 전날 종가(253만2000원) 기준 자산 가치는 26조9000억 원으로 크게 불어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의 주식은 총자산의 10%가 돼 18조8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처럼 보험업권만 다르게 규정이 적용되면서 삼성생명이 혜택을 봤다는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른 금융사와 달리 보험사만 예외가 적용돼 결과적으로 혜택을 받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두 곳밖에 없다"며 "금융위원회가 직권으로 개정할 수 있는 보험업 감독규정을 20년 넘게 그냥 두면서 삼성 특혜가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최종구 후보자도 "규정을 바꾸는 것은 쉽지만 이에 따른 영향력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국회 법안 논의 과정에서 그간의 우려를 해소할 필요성을 같이 고려해 잘되도록 하겠다"고 답하며 보험업법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삼성생명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상황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그룹 계열사 간 출자는 자본 적정성 평가에서 제외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이 적격 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삼성생명의 자본 적정성 지표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도 고민거리다.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10%를 넘을 경우 금융위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2018년까지 남아 있는 자사주 소각을 결정할 경우 삼성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0%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만일 금융위의 승인을 통과하지 못하면 초과하는 지분을 팔아야 한다. 특히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과 보험업법 개정 등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미리 지분을 처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지는 분위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주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이 사실상 결정된 가운데 보험업법까지 개정되면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